[현장 리포트] ‘한국육상 희망’ 임은지의 눈물

  • 입력 2009년 6월 6일 09시 26분


심적 부담 못이겨 저조한 기록

‘스포츠심리학 도입’ 과제 떠올라

파르르 떨리는 입술. 살짝 말이라도 붙이면 왈칵 울음이 터질 것 같은 표정이었다. “부끄러워서요.” 누구보다도 자신을 납득시키지 못하겠다는 얘기였다.

지난 해 2월, 장대높이뛰기에 입문한 이후 한국육상의 희망으로 떠오른 임은지(20·부산연제구청). 하지만 4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63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에서는 3m80을 세 번 연거푸 실패했다. 자신의 한국기록(4m35)에도 크게 못 미치는 높이였기에 충격은 컸다.

임은지는 “부담을 가지지 않으려고 했지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연제구청 임성우 감독은 “저런 모습은 처음 봤다”면서 “경기시작 전부터 표정이 안 좋았고, 도움닫기 하는 순간에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녀의 최대장점은 겁 없이 덤비는 파이팅. 하지만 최근 큰 관심을 받으며 주변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지켜보고 있고,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의 짐은 결국 경기력 저하로 나타났다. 대한육상경기연맹 이재홍 필드부문 기술위원장은 “도약 종목은 근육이 긴장하는 순간 끝”이라고 부진의 이유를 풀이했다.

타 종목의 메달유망주들은 큰 대회를 앞두고 체육과학연구원(KISS)의 도움을 받아 심리치료를 받는다. 베이징올림픽 태권도금메달리스트인 황경선(23·고양시청), 임수정(23·수원시청) 등이 큰 효과를 봤다. 양궁대표팀은 잠실야구장에서 활을 쏘는 등 다양한 훈련기법을 통해 관중과 미디어 적응력을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육상의 트레이닝은 아직 육체적인 부분에만 머물러 있는 실정. 2011대구세계선수권을 겨냥해 외국인코치 영입 등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대한육상경기연맹에게 임은지의 눈물은 ‘스포츠심리학의 도입’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긴 셈이다.

대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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