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도 두손 든 박주영 감각골

  • 입력 2009년 6월 8일 02시 49분


박주영(가운데)이 전반 8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고 있다. 박주영은 이청용(왼쪽)의 절묘한 크로스를 골지역 정면에서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오른발로 골네트를 갈랐다. 두바이=연합뉴스
박주영(가운데)이 전반 8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고 있다. 박주영은 이청용(왼쪽)의 절묘한 크로스를 골지역 정면에서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오른발로 골네트를 갈랐다. 두바이=연합뉴스
전반 8분 넘어질듯 기습슛… UAE전 완승 이끌어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 ‘축구 천재’로 불렸던 박주영(24·AS 모나코)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너무나 아쉬웠다. 본선 무대에 오르기까지 축구팬과 언론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그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는 토고전과 프랑스전에서 벤치를 지켰다. 중압감 때문이었을까. 스위스전에서 선발 출전해 66분을 뛰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무리한 수비로 선제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공격에서도 스위스의 체격 좋은 수비수들에게 밀려 제대로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박주영에게 첫 월드컵 본선 무대는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3년 뒤. 그는 이제 ‘축구 천재’로 불리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구세주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7일 아랍에미리트 방문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결정짓는 주인공이 됐다.

전반 8분 이청용(FC 서울)이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골문 앞으로 공을 찔러줬다. 골문 앞에 있던 그는 공을 가슴으로 받았지만 상대 수비와의 몸싸움으로 넘어지는 듯했다.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잡은 그는 오른발을 쭉 뻗어 공을 찼다. 예상 밖 슛에 상대 골키퍼는 오른쪽으로 흐르는 공을 쳐다볼 뿐이었다. 한국은 선제골이 일찍 터진 덕에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그는 이동국(전북 현대)에 이어 새로운 ‘중동 킬러’로서의 위상도 확고히 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A매치 34경기에 나와 11골을 뽑은 그는 이 중 5골을 중동 국가를 상대로 넣었다.

그는 경기 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뛰었다. 월드컵은 꿈의 무대이자 도전의 무대다. 해외 진출을 통해 이제는 큰 선수와 싸워도 밀리지 않을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3년 전의 아쉬움을 털어버리고 1년 뒤인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보여줄 그의 골 세리머니를 축구팬들은 기다리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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