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황제’ 로저 페데러(스위스)는 8일 파리에서 끝난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쳐다보며 눈물을 쏟았다. 11번째 도전 끝에 처음으로 정상에 서며 그토록 원하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감격 때문이었다. 시기와 상관없이 4대 메이저 타이틀을 모두 차지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테니스 역사상 페데러가 여섯 번째 남자 선수일 만큼 쉽게 넘보기 힘든 기록이다.
대기록을 작성한 페데러의 발걸음은 계속된다. 한 해에 4대 메이저 타이틀을 모두 따내는 그랜드슬램의 목표가 남아 있다. 프로선수의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오픈시대 이후 남자 선수 가운데는 1969년 로드 레이버(호주)가 유일하게 4대 메이저 타이틀을 휩쓸었다. 여자 선수로는 호주의 마거릿 코트(1970년)와 독일의 슈테피 그라프(1988년)가 위업을 이뤘다. 한 술 더 떠 그라프는 19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까지 차지해 ‘골든 슬램’의 주인공이 됐다.
테니스처럼 골프에서도 그랜드슬램은 선망의 대상이다. 마스터스가 열리기 전인 1930년 바비 존스는 US아마추어선수권, US오픈, 브리티시오픈, 브리티시 아마추어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하지만 현재의 그랜드슬램과 견주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2000년 US오픈을 시작으로 이듬해 마스터스까지 4연속 메이저 챔피언에 올라 ‘타이거 슬램’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남자 골프에서도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자는 우즈, 잭 니클라우스 등 5명뿐이다. 박세리는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만 우승이 없어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는 2003년 세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이어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까지 석권해 국내 유도 사상 첫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심권호는 레슬링에서 두 체급 그랜드슬램의 대기록을 세웠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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