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태릉선수촌. 역도대표팀은 기록평가회를 열었다. 기록평가회는 큰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훈련의 중간평가를 위해 마련하는 자리. 사재혁은 인상160·164kg, 용상 200·205kg을 1차 시기에서 가볍게 들어올렸다. 이미 올림픽 당시기록(인상163kg·용상203kg·합계366kg)은 넘어선 상황.
마지막 도전은 용상 211kg이었다. 페레페체노프 올레그(러시아)가 2001년 작성한 세계기록(210kg)을 넘어서는 무게. 하지만 사재혁은 단숨에 역기를 하늘위로 치켜 올렸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올림픽 이듬해에도 절정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남자대표팀 이형근(45) 감독은 사재혁이 세계 정상의 자리에서 혹시라도 나태해질 까봐 노심초사. 끊임없이 세계기록에 대한 목표를 주지시켰고, 사재혁도 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사실 기록평가회를 앞두고, 사재혁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3월, 운동역학을 전공하기 위해 한체대 대학원에 진학한 사재혁은 1주일에 2번씩 수업을 듣고 있다. 마침 전 날은 6시간 연강. 책상 앞에 장시간 앉아 본적이 없던 사재혁의 허리가 욱신거렸다.
사재혁은 “부상을 많이 당해봤지만 허리가 아프긴 처음”이라면서 “공부 때문에 당한 부상은 운동에 해가 안 되고, 오히려 경기의 집중력을 높이는 것 같다”며 웃었다.
9일 태백에서 열린 강원도민체전에서 대회기록(인상147kg·용상185kg)을 세우며 컨디션을 조율한 사재혁은 25일, 경기도 포천에서 열리는 2009한·중·일 국제친선역도대회에서 용상세계신기록에 정식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