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홍상삼(19)은 1군 무대에 데뷔한지 얼마 안 돼 ‘러키 가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시작부터 깜짝 선발을 맡은 데다 등판 날마다 대량 득점과 호수비가 이어진 덕분이다.
우천콜드게임승으로 끝난 9일 잠실 LG전에서도 최준석, 정수빈, 손시헌 등이 결정적인 호수비로 홍상삼의 4승째를 지켜줬다. 7번 퀄리티스타트(방어율 3.69)를 하면서 간신히 3승을 챙긴 팀 선배 김상현과 비교하면 대단한 행운이다.
두산 김경문 감독조차 10일 잠실 LG전에 앞서 “한 시즌에 꼭 기가 센 선수가 있어. 올해는 홍상삼이 그런가봐”라며 껄껄 웃을 수밖에.
마침 이날 LG 선발도 홍상삼과 대조적인 봉중근이어서 더 화제였다. 전날까지 퀄리티스타트 8번에 방어율 3.21. 그런데도 성적은 3승7패가 전부였으니 ‘불운남’으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김 감독은 “LG도 봉중근이 나오는 날 이겼어야 잘 풀렸을 텐데 그게 안 돼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것 같다. 하지만 곧 반격의 계기가 올 것”이라면서 “홍상삼은 아직 ‘운’에 불과하다. 그 운을 이어가려면 앞으로는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반면 LG 김재박 감독은 “실력이 없으면 운도 따르지 않는 법”이라면서 홍상삼의 ‘행운’에 호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다만 “이상하게 봉중근이 올해 불운했다”며 안타까워 할 뿐.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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