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한계’로 불리는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 하지만 여성 첫 14좌 완등 경쟁에 뛰어든 한국의 두 여성 산악인의 등정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다.
오은선 씨(43·블랙야크)는 지난달 6일 칸첸중가(8586m)에 이어 21일 다울라기리(8167m)에 올랐다. 보름여 동안 2개 봉에 올라 11좌 등정에 성공했다. 고미영 씨(42·코오롱스포츠)는 지난달 1일 마칼루(8463m), 18일 칸첸중가, 그리고 9일 다울라기리 정상에 섰다. 40일 동안 3개 봉에 오르며 10좌 등정을 기록했다.
이렇게 히말라야를 ‘동네 뒷산’처럼 연달아 오르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가장 큰 이유는 고산 적응에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해발 2500m 정도부터 산소 부족으로 생기는 고산 증세는 베테랑 산악인들에게도 위협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 400∼500m씩 고도를 높이며 베이스캠프까지 걸어가고, 6000∼7000m까지 올라가 고산 적응을 충분히 한 뒤 정상 공격에 나선다. 이 때문에 3월 출국한 오 씨와 고 씨는 5월이 돼서야 정상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번 정상에 선 뒤에는 별도의 고산 적응이 필요 없다. 이 때문에 이들은 첫 등정 성공 이후 베이스캠프로 내려와 다음 목표의 베이스캠프까지 헬리콥터로 이동해 바로 정상 공격에 나섰다. 널뛰기하듯 베이스캠프를 옮겨 다니며 ‘정상 사냥’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헬기 비용은 약 8000달러(약 1000만 원)나 되지만 시간과 체력을 모두 아낄 수 있다.
시간 절약을 위해 등반법도 바꿨다. 고 씨는 정상 등정을 할 때 일부 인원을 다음 등정 목표로 미리 보내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고 자일을 깔기도 한다. 2개 조로 원정대가 움직이는 셈이다. 오 씨는 중간에 쉬어야 할 캠프 1, 2개를 건너뛰는 ‘속공 등반’을 펼치며 속도가 붙었다.
아낌없는 물량 지원도 힘이다. 각 원정대에는 한국 스태프 1∼3명, 셰르파 10여 명과 요리인력 5명 등 남성 도우미 20여 명이 있다. 1개 봉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돈은 대략 2억∼3억 원. 이들은 올해 각각 10억 원 내외의 거액을 투자하며 여성 첫 14좌 완등 경쟁을 펼치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