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외신들은 11일(한국시간) 일제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레알 마드리드가 제안한 호날두의 이적료 8000만파운드(1644억원)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맨유 구단 역시 같은 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팀을 떠나고 싶다는 호날두의 의사를 받아 들여 레알 마드리드가 호날두와 협상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맨유는 이어 “호날두의 이적 협상은 30일까지 모두 끝날 것이다”고 덧붙였다.
호날두와 레알 마드리드 간 협상 절차가 남아있지만 호날두가 그 동안 꾸준히 스페인 행을 원했던 만큼 이적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스페인 일간지 엘 문도 데포르티보는 “레알 마드리드 의료진이 미국 LA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호날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이미 현지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호날두는 맨유 유니폼을 입고 6시즌 동안 290경기에 나서 118골을 기록했으며, 프리미어리그, FA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모두 8차례 정상에 오르며 2008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올해의 선수상, 프랑스풋볼 선정 발롱도르 등 크고 작은 35개의 개인상을 휩쓸었다.
1271억 지단 최고몸값 단숨에 경신
카카·호날두 영입 ‘레알 시대’ 예고
○사상 최고의 이적료
1644억원의 이적료는 2001년 프랑스 축구스타 지네딘 지단이 유벤투스(이탈리아)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옮길 때 받았던 기존 최고 이적료 7300만유로(당시 환율로 1271억원)보다 많은 사상 최고액이다.
또한 불과 3일 전인 9일, 레알 마드리드가 ‘하얀 펠레’ 카카(27)를 이탈리아 세리에A의 AC밀란에서 데려오면서 지불한 6800만유로(1184억원)의 이적료도 훌쩍 넘어서는 금액.
레알 마드리드는 카카에 이어 호날두 영입에도 성공, 현존하는 최고 축구스타 2명을 한꺼번에 보유하게 돼 2008-2009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FC바르셀로나와의 다음 시즌 라이벌 대결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호날두를 데려오는 데는 이달 초 복귀한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의 공이 컸다.
페레스는 평소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공언해 왔고 기어이 호날두 영입을 성사시켰다.
아울러 레알 마드리드는 지단(1271억원), 카카(1184억원)에 이어 호날두를 1644억원에 영입하면서 세계 최고 이적료 ‘TOP 3’ 기록을 모두 보유하게 됐다.
호날두 줄기차게 스페인 진출 희망
챔스리그 우승 좌절 이적의 결정타
○1년 간의 줄다리기…소문이 현실로
호날두의 이적은 지난 1년 간 끊임없이 제기돼 온 ‘설’이 ‘현실’이 된 케이스다.
2007-2008시즌이 끝난 작년 여름부터 호날두의 스페인 행은 전 세계 축구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사상 최고액의 이적료를 베팅, 적극 구애를 펼쳤지만 맨유의 완강한 반대 속에 결국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올 여름까지 호날두를 8000만파운드에 영입하고 만약 실패한다면 3000만파운드를 호날두에 위약금으로 지급키로 약속했다”는 가계약 설이 불거져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호날두 역시 2008-2009시즌 직전 “맨유에 남겠다”고 공언한 뒤에도 인터뷰 때마다 간간이 레알 마드리드 입단에 대한 희망을 내비쳐 더욱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호날두의 이적에는 지난 달 바르셀로나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패배가 결정적인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호날두는 0-2로 무릎을 꿇은 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충격적인 패배다. 이번 참패는 퍼거슨의 전술 탓이었다”고 감독에게 직격탄을 날렸고 호날두의 마음이 이미 떠난 증거라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실탄 풍부한 맨유 스타 영입 나서도
입지 탄탄한 박지성 부침은 적을 듯
○박지성의 입지는
호날두 이적은 박지성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호날두를 내보내며 실탄이 두둑해진 맨유가 올 여름 이적시장 동안 그에 상응하는 특급스타를 영입할 가능성이 높아 누구를 데려오느냐에 따라 박지성의 입지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는 위건의 측면 공격수 안토니오 발렌시아(에콰도르).
특히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는 그 동안 발렌시아의 영입을 위한 경쟁을 벌여왔는데 레알 마드리드가 호날두를 영입해 측면을 보강한 만큼 발렌시아 영입에는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바이에른 뮌헨의 프랑크 리베리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호날두 이적이 박지성에게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박지성은 지난 시즌 ‘수비형 윙어’라는 칭송을 받을 정도로 주요 경기에 선발 출전, 퍼거슨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자신 만의 탄탄한 영역을 구축했다. 새로 올 뉴 페이스가 프리미어리그에 곧바로 적응할 수 있을지 또한 미지수다.
○국내 맨유 팬들 실망
국내 축구 팬들에게 호날두 이적은 다소 실망스러운 소식이다. 맨유는 7월 24일 한국을 방문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친선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맨유를 대표하는 아이콘 호날두를 직접 볼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가 날아가 버린 셈.
국내 스포츠마케팅 한 관계자는 “대회 운영 자체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국내에 있는 맨유 팬들에게는 다소 맥 빠지는 소식인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고 밝혔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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