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팀 일본 꺾고 우승… 亞선수권 티켓 확보
남자 농구 대표팀 허재 감독은 일본과 36-36으로 맞선 2쿼터 막판 작전 타임을 부르더니 이정석에게 “13번 파울로 끊어”라고 말했다. 경기 종료 직전에나 쓰는 고의 파울을 일찌감치 주문한 것이다. 2쿼터 종료 14초 전 이정석에게 반칙을 당한 일본 이시자키 다쿠미는 자유투 2개 중 1개만 넣었다. 마지막 공격에 나선 한국은 이정석의 레이업슛으로 38-37로 앞서며 전반을 마쳤다. “지고 끝내면 기분이 찜찜하잖아요. 그 선수가 자유투가 나빴기 때문에 시도한 건데 결과가 좋았죠.”
바둑에서 끝내기가 중요하듯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하며 벤치를 지킨 허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 데뷔 무대에서 4전승으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한국은 14일 일본 나고야 인근의 고마키에서 끝난 제1회 동아시아선수권 결승에서 강한 뒷심을 앞세워 홈 팀 일본을 68-58로 꺾었다. 3000명 가까운 관중이 들어찬 경기장에는 온통 “감바테(힘내세요)”를 외치는 일본 팬들의 응원 함성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전혀 흔들리지 않은 끝에 시상식에서 애국가를 불렀다. 허 감독은 지난달 1일 KCC를 정상으로 이끈 데 이어 다시 우승을 엮어낸 뒤 “적지에서 거둔 성과여서 감회가 남다르다. 부상 선수가 많았지만 선수들을 믿고 조직력을 강조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전날 4강전에서 대만을 누르며 8월 아시아선수권 출전권을 확보한 한국은 이날 골밑 열세를 드러내며 리바운드에서 일본에 35-44로 뒤졌다. 그러나 절묘한 지역 방어와 주희정(13득점, 6리바운드) 이정석(8득점, 4어시스트) 등 가드진을 앞세워 값진 승리를 낚았다. 아르헨티나 혼혈 김민수는 양 팀 최다인 16점을 터뜨렸고 대표팀 유일의 대학생 오세근(중앙대)은 13점을 보탰다. 4월 입대 후 논산훈련소에서 1주만 훈련하고 국제대회에 차출된 양희종은 끈끈한 수비와 함께 11득점, 8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고마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김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