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우(한화), 전병호(현 삼성 불펜코치)와 함께 ‘컨트롤 투수’로 손꼽히는 계형철(현 SK 2군 감독·사진). 그러나 그는 원래 강속구로 유명한 투수였다. 오히려 ‘볼은 빠르지만 컨트롤이 좋지 않고 구위가 단조롭다’는 혹평을 달고 살았다. 계 감독 역시 “빠른 볼을 믿고 직구만 던지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주변에서 변화구를 던져보라는 얘기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계 감독을 바꾼 건 다름 아닌 아내와 아이.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리면서 야구를 포기하려고 했지만 아이의 우유값을 벌기 위해서 마음을 바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후 일이 잘 풀리려고 했는지 변화의 ‘계기’는 너무 쉽게 왔다. “백날 말해도 사람은 계기가 있어야 변해요. 저 같은 경우는 문틈에 손가락을 찧었는데 너무 아픈 거예요. 어쩔 수 없이 손을 틀어서 던졌는데 타자들이 공을 못 치더라고요. 이게 먹히는구나 싶어서 그때부터 변화구 연습을 했죠.”
당시 OB 시절 계 감독을 지도한 인물은 투수코치였던 SK 김성근 감독. 계 감독은 “김 감독님이 구속을 포기하더라도 슬라이더를 던져보라고 설득했다”며 “야구를 포기하지 않게 해주고, 단명할 수도 있던 나를 10년 동안 유니폼을 입게 해준 은인”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지도 아래 정교한 컨트롤 피처로 거듭난 계 감독은 은퇴하기 전 마지막 시즌(1991년) 방어율 5.86을 기록했다. 대단한 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30대 초반이면 은퇴하던 시대에 38세 노장투수가 땀으로 일궈낸 기록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홍재현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