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 “이 짜릿한 키스 8명만 맛봤다”

  • 입력 2009년 6월 16일 08시 55분


테니스 통산 그랜드슬램 8명 기록 한시즌에 달성 5명…골프는 전무

지난 8일(한국시간)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파리의 롤랑가로에서 막을 내린 테니스 프랑스오픈 메이저대회에서 사상 첫 우승을 거두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페더러는 천적 라파엘 나달(스페인)의 벽에 가로막혀 클레이코트 우승을 미루며 피트 샘프라스(미국)의 전철을 밟는 듯했다. 다행히 운좋게도 결승전에서 격돌한 로빈 소더링(스웨덴)이 나달을 물리치면서 프랑스오픈 정상에 올랐다. 페더러는 프랑스오픈 우승을 추가하면서 통산 14차례 메이저타이틀을 차지해 샘프라스와 최다타이기록을 수립했다. 페더러가 정상을 차지한 날 가까운 사이인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메모리얼 토너먼트 우승으로 자연스럽게 골프와 테니스 어떤 종목의 그랜드슬램 달성이 어려운지에 초점이 모아졌다.

사실 종목의 특성 때문에 어렵고 쉽고를 가리기 힘들다. 다만, 통산 그랜드슬램 배출자로 객관적인 어려움을 측정할 뿐이다. 야구에서도 작성하기 힘든 게 바로 타격의 트리플크라운이다. 농구에서는 트리플-더블이 도달하기 힘든 ‘마의 고지’다. 선수 최고의 기록 달성인 그랜드슬램과 트리플크라운, 트리플-더블을 살펴 보겠다.

○그랜드슬램

보통 그랜드슬램은 골프와 테니스의 4대 메이저대회 석권을 의미한다. 야구에서는 만루홈런을 뜻한다. 골프의 그랜드슬램은 마스터스,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을 일컫는다.

1934년 마스터스 대회 이후 역대 그랜드슬램 작성자는 딱 5명 뿐이다. 잭 니클러스(메이저대회 18회), 타이거 우즈(14회), 벤 호건(9회), 개리 플레이어(9회), 진 사라센(7회) 등이다. 골프의 최초 슈퍼스타인 아놀드 파머도 PGA 챔피언십을 놓쳐 그랜슬램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5명의 그랜드슬램 주인공도 한 시즌에 4개 타이틀을 차지한 적은 없다. 우즈가 이른바 ‘타이거 슬램’으로 통하는 해(2000년, 2001년)를 바꾸어 4대 타이틀을 연속으로 차지한 경우는 있다. 한 시즌에 그랜드슬램 달성은 아직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다. 골프는 상대와의 경쟁도 있지만 코스와 싸워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테니스는 한 시즌에 그랜드슬램을 작성한 선수가 있다. 남자 단식에서 돈 버지(1938년), 로드 레이버(1962, 1969), 여자 부문에서는 모린 코널리 브링커(1953), 마가렛 코트(1970), 슈테피 그라프(1988)등 총 5명이다. 그러나 전 선수에게 문호가 개방된 오픈시대로 압축하면 남녀 통틀어 호주의 레이버, 코트, 독일의 그라프 등 단 3명에 불과하다. 그라프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도 여자 단식 금메달을 수상해 한 해에 5관왕을 달성한 테니스의 ‘여제’였다.

통산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은 남자 레이버, 안드레 애거시(미국), 로저 페더러 등 3명, 여자는 코트, 크리스 에버트(미국),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미국), 그라프, 서리나 윌리엄스(미국) 등 5명이다.

최다 메이저타이틀 보유자 샘프라스는 클레이코트 프랑스오픈에서 우승을 거두지 못해 통산 그랜드슬램을 작성하지 못하고 은퇴했다. 1996년 준결승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트리플 크라운, 트리플-더블

야구의 트리플 크라운은 타격에서는 타율, 홈런, 타점 3개 부문을 말한다. 투수는 방어율, 다승, 탈삼진이다. 투수 3관왕은 자주 나오는 편이다. 2002년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2006년 요한 산타나(미네소타 트윈스), 2007년 제이크 피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이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작성하며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타격에서는 1967년 보스턴 레드삭스 칼 야스트렘스키 이후 41년 동안 배출자가 없다. 내셔널리그는 1937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조 메드윅 이후 감감 무소식이다. 역대로 내셔널리그 트리플 크라운 수상자는 6명, 아메리칸리그는 9명을 배출했다.

타격에서 홈런과 타점은 뿌리가 비슷하다. 홈런타자가 타점을 많이 올리게 돼 있다. 그러나 타율을 동반으로 끌어 올리는데 한계가 있다. 아울러 타격왕은 파워에서 밀려 홈런, 타점 선두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트리플 크라운 후보로 세인트루이스의 ‘머신’ 앨버트 푸홀스를 꼽는다. 그러나 최근 슬럼프에 빠져 타율이 많이 추락했다.

경마 경주에서 트리플 크라운은 켄더키더비, 프리크네스, 벨몬스테이크스 등 3개 대회 우승을 뜻한다.

농구에서 트리플-더블은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를 의미한다. 블록슛과 스틸 등이 트리플-더블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지만 한 경기에 국한된다. 전체 시즌에서 드리플-더블은 득점-리바운드-어시스트다.

NBA 사상 한 시즌에 트리플-더블을 작성한 선수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빅O’ 오스카 로버트슨이 유일하다. 1961-62시즌 신시내티 로열스(현 새크라멘토 킹스)의 로버트슨은 한 시즌에 30.8득점-12.5리바운드-11.4 어시스트를 작성했다. 로버트슨은 신장 196cm의 포인트가드였다. 로버트슨의 트리플-더블은 영원히 깨기 힘든 불멸의 기록으로 꼽힌다.

오늘도 선수들은 그랜드슬램과 트리플 크라운, 트리플-더블에 도전하고 있지만 그 벽은 철옹성처럼 단단하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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