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타자든, 1번타자든 상관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하겠다.”
삼성 양준혁(40·사진)이 올 시즌 다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지난해 극도의 부진을 딛고 ‘위풍당당 양신(梁神)’으로 돌아왔다.
양준혁은 16일 대구 롯데전에서 4번타자로 선발출장해 3연속경기 홈런포를 작렬했다. 3-0으로 앞선 3회말 무사 1루서 롯데 선발투수 이용훈을 상대로 시즌 9호 투런포를 터뜨렸다. 무릎 쪽으로 낮게 떨어진 시속 138km의 직구. 볼이었지만 그의 어퍼컷 스윙에 걸린 타구는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13일과 14일 대구 두산전에서 연이틀 홈런을 날렸던 그는 이로써 올 시즌 처음 3연속경기 아치를 그리며 시즌 9호를 채웠다. 1993년 프로 데뷔 후 2007년까지 15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날렸던 그는 지난해 홈런 8개에 그치며 처음 한자릿수 홈런에 머물고 말았다.
그는 올 시즌 초반 경기에 자주 나서지 못했다. 본인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코칭스태프는 “배트 스피드가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좌완투수가 나오면 선발명단에서 빠지고, 대타로 나서기까지 했다. 지난해 부진으로 “이젠 나이를 속이지 못하는 것 같다”는 세간의 평가까지 뒤따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허벅지 부상까지 겹쳐 4월 28일 1군 엔트리에서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양준혁은 역시 양준혁이다. 5월 9일 잠실 LG전에서 1군 무대에 복귀한 뒤 조용히 안타와 홈런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날도 5타석에 등장해 모두 출루했다. 홈런 포함 2타수 2안타에 3사사구를 보탰다. 시즌 타율은 0.336. 팀내 최다홈런을 날리고 있다.
양준혁은 경기 후 “지난 2경기 홈런은 대패한 상황이어서 큰 의미는 없었다. 오늘은 달아나는 홈런이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보다 지금 치열한 순위싸움을 하고 있으니까 젊은 후배들의 페이스가 빨리 올라왔으면 좋겠다. 나는 4번타자든, 1번타자든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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