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로 패색이 짙던 후반 36분. 박지성은 이란 페널티 지역 왼쪽 외곽에서 볼을 잡아 드리블한 뒤 페널티 지역 내 이근호에게 패스하고 골문 쪽으로 향했다. 이근호의 리턴 패스를 받은 박지성은 한 번 치고 들어가 곧바로 왼발 슛을 날렸고 볼은 골네트 왼쪽 모서리를 갈랐다.
일순간 4만여 팬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고 박지성은 환호하는 팬들에게 자신의 유니폼 번호 7자를 가리키며 “내가 해냈다”는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박지성은 허정무 감독 앞에서 동료 선수들과 기차놀이 세리머니를 함께 펼친 뒤 허 감독 품에 안겼다. 팬들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박지성의 동점골에 찬사를 보냈다.
한국 축구의 아이콘 박지성이 국민에게 다시 한 번 기쁨을 선사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한국 선수로는 처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해 팬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준 그가 극적인 동점 골로 한국의 예선 무패 신화를 이끈 것이다. 박지성은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81경기에 출전해 11번째 골을 터뜨렸다.
박지성은 대표팀 주장을 맡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후배들을 다독거리며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빅리그의 스타플레이어임에도 솔선수범하고 특유의 강철 체력을 바탕으로 열심히 뛰어다녀 후배들도 더 힘차게 뛰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고 있다. 허 감독은 “박지성 없는 한국 축구는 상상할 수 없다”고 할 정도다. 최고참 이운재도 “박지성이 너무 팀을 잘 이끌어 나도 안심하고 골문을 지킨다”고 말한다.
2002년 기술 분석관으로 박지성과 한솥밥을 먹었던 아프신 고트비 이란 감독은 “박지성은 매우 자랑스럽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오늘 비겼지만 박지성의 플레이는 대단했다”고 말했다. 박지성이 있기에 축구팬들은 즐겁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