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감독은 그의 자서전에서 차두리(29·프라이부르크)에 대해 “보기 드문 골격, 폭발적인 스피드, 강한 몸싸움을 갖춘 가능성 있는 선수다”며 2002한일 월드컵 당시 선발 배경을 설명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정해성 코치는 훈련 도중 차두리 어깨에 가슴이 부딪쳐 갈비뼈가 부러지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을 정도니 그의 무시무시한(?) 파워를 짐작할 만하다. 갑작스레 삭발을 하고 나타나 스포츠신문 1면을 대문짝만하게 장식할 정도로 ‘스타’ 대접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는 ‘잊혀진 스타’였다. 하지만 차두리는 최근 의미 있는 기회를 다시 한 번 잡았다. 2009-2010시즌 1부 리그로 승격한 프라이부르크와 2년 계약을 맺은 것. 그에겐 2년 만의 1부 리그 복귀. 지난 해 결혼과 아내 신혜성 씨의 임신 소식에 이은 겹경사를 맞은 차두리를 1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1부리그 리턴·아내 임신 겹경사 “체중감량 지난시즌 최고의 수확 내년 월드컵출전 살짝 욕심나요”
○1부 리그
차두리의 첫 마디는 “행복하다”였다. “행복하죠. 사실 1부와 2부가 많이 달라요. 솔직히 다시는 (1부 리그에 갈 거라) 기대도 안 했는데 지난 한 시즌을 잘 보내니 이렇게 또 기회가 오네요.” 프라이부르크는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2005년 이후 4년 만에 1부 리그에 올라섰다. 2002년부터 7년 간 1부 리그 91경기를 소화한 베테랑 차두리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차두리 역시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차 있다. “선후배 간 밸런스가 잘 조화를 이룬 팀이에요. 나이도 있고 경험도 쌓였으니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변신
차두리는 지난 7년 간 공격수-수비수-공격수-수비수라는 순탄치 않은 포지션 변경 과정을 거쳤다. 처음 수비수 전향에 실패한 건 ‘소심함’ 때문이었다. “두려웠어요. 내가 뚫리면 실점이라는 부담감이 컸고 그래서 다시 공격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죠.” 2007년 여름, 예상을 깨고 2부 리그 코블렌츠를 선택하면서 원하던 윙 포지션에 섰지만 이번에도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181cm의 차두리는 79-80kg를 유지할 때 가장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 2002년이 그랬다. 그러나 2007년 당시 체중은 85-90kg. 신체적인 장점을 바탕으로 하는 그였기에 타격은 더 컸다. 감독의 권유로 그해 후반기를 앞두고 다시 수비수로 전향했고, 작년 여름 체중을 줄이면서 컨디션이 살아났다. 차두리는 작년 시즌 33경기에 출전해 2골 6도움을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002년에 입었던 청바지가 맞더라고요.” 군것질을 끊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술이나 난잡한 사생활 등은 잘 절제해왔죠. 근데 사소하게 생각했던 단 음식이나 탄산음료도 몸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더라고요. 처음으로 이제 내가 이 포지션에 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찌 보면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찾은 자리이기에 기대가 더 크다.
○태극마크
2006년 10월 8일 가나전 이후 A매치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07년 말, 허정무호 출범 직후 예비명단에 포함될 뻔 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며 정중히 사양했다. 4월 북한전을 앞두고 박태하 코치가 기량점검을 위해 찾은 카이저슬라우테른과의 경기에서는 너무 못했다. “돌이켜보니 작년 가장 못했던 3경기 중 하나가 바로 박 코치님이 보고 간 경기더라고요. 제 마크맨에게 골 내주고 팀도 지고 최악의 경기였죠. 대표팀 발탁을 떠나 팀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죠. ‘독일 활약=대표팀 선발’이라는 공식에 얽매이고 싶지는 않아요. 내년 월드컵도 안 나가고 싶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예전처럼 조바심을 갖고 있진 않아요.”
○미래
차두리는 은퇴 후 국내에 재활센터를 만드는 게 꿈이다. “제가 은퇴할 시점이면 또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국에서 부상을 당한 뒤 수술을 받고 재활을 해서 회복하는 선수들을 많이 못 봤어요. 어린 선수들이 부상으로 꿈을 접는 게 너무 안타깝죠. 그 분야에서는 독일과 미국이 가장 앞서 있으니 여기서 제대로 공부해서 나중에 한국축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찾아보고 싶네요.”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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