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2002…Again 1966…남북축구, 남아공 달군다

한국과 북한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동반 진출했다. 박지성(가운데) 등 한국 선수들이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1-1로 비겨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대미를 장식한 뒤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위쪽 사진)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이끌어내 조 2위로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북한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리야드=로이터 연합뉴스

남북한 사상 첫 월드컵 동반 진출

월드컵 亞 B조예선 최종전
北, 사우디와 0 - 0 무승부
조 2위로 힘겹게 본선 올라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파드 경기장. 90분의 혈투가 끝나고 추가 시간 5분이 지나 종료 휘슬이 울리자 북한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감격을 나눴다. 스트라이커 정대세(가와사키)는 윗옷을 벗고 눈물을 흘렸다. 김정훈 감독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북한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B조 최종 예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 8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북한은 사우디와 나란히 3승 3무 2패(승점 12점)가 됐지만 골 득실(북한 +2골, 사우디아라비아 0골)에서 앞서 조 2위로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북한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두 번째. 8강 신화를 썼던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44년 만이다. 이로써 일찌감치 B조 1위를 확정지은 한국과 북한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동반 출전하게 됐다.

○ 60년대 아시아의 호랑이서 내리막길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서기까지 북한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1950, 60년대 북한은 아시아 최강이었다. 당시 한국은 북한과 맞대결이 부담스러워 월드컵 예선에 불참하기도 했다. 첫 본선 진출인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은 8강까지 오르며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게 마지막이었다. 1970, 80년대를 거치며 북한은 폐쇄적인 체제 특성과 경제난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1970년 멕시코,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예선에는 나서지 않았다. 1974년 독일(당시 서독)과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는 1차 예선도 통과하지 못했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는 최종 예선 진출에 실패했다.

1990년 이탈리아, 1994년 미국 월드컵 때는 최종 예선까지 올랐지만 최하위에 머물렀다. 북한은 1998년 프랑스, 2002년 한일 월드컵 예선에는 나오지 않았다. 12년 만에 다시 참가한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최종 예선에서 1승 5패로 꼴찌에 머물렀다.

○ 1966년 월드컵 추억 다시 불러일으켜

핵문제 등으로 관심의 대상인 북한의 본선 진출에 외신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AP와 AFP 등 통신사를 비롯해 영국의 BBC, 텔레그래프, 미국 CNN 등 해외 언론은 일제히 이 소식을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북한이 1966년 월드컵의 추억을 다시 불러일으키며 본선에 진출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의 본선행이 확정되기 전부터 “북한이 월드컵 진출로 외교적인 폭풍을 준비하고 있다”며 해설 기사를 싣기도 했다. 미국 언론도 큰 관심을 보였다. 워싱턴포스트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미국과 이란이 한 조에 속했듯 미국과 북한이 본선에서 한 조에 속할 수도 있다”며 관심을 나타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사우디아라비아전 경기 내용을 자세하게 전했다. 메인 화면에는 북한 선수단이 인공기를 앞세우고 손을 흔드는 장면이 담긴 사진과 함께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출전 당시 동영상을 올렸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