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조범현 감독은 19일 롯데전 직전, 상대의 타순을 건네 보다가 무심결의 혼잣말로 좌중을 웃겼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약속이나 한 듯 양 팀 공히 4번타자와 주전 포수가 선발에서 제외됐기 때문.
먼저 롯데는 처음부터 이대호와 강민호의 결장을 공표했다. 이대호는 안 좋았던 손목이 상대 팀들의 집중적 몸쪽 공략의 여파로 이에 대응하다가 더 악화됐다. 또 강민호는 롯데 선발 장원준이 베테랑 백업 포수 최기문과 호흡이 더 잘 맞는다는 이유로 선발 제외됐다.
반면 KIA 쪽에서 예정된 결장 멤버는 최희섭 뿐이었다. 황병일 타격코치는 “어제 대타 적시타도 치고 감이 좀 살아나서 쓸까 했지만 무리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희섭은 허벅지 근육통에다 최근 야구로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휴식을 주고 있다. 그런데 당연히 나갈 줄 알았던 KIA 주전포수 김상훈마저 경기개시 1시간도 안남기고 탈이 났다. 전날 두산전에서 공에 맞았던 왼쪽 옆구리 통증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호소한 것.
급변 사태에 조 감독은 “(눈앞에 보이지 말고) 호텔에 들어가라. 네 몸인데 아픈 줄도 몰랐냐?”라고, 얼굴을 붉혔으나 도리 없이 이성우를 긴급 투입했다. 어찌됐든 서로 공평하게(?) 붙게 된 셈이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