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장미란’ 문유라가 떴다 세계J역도선수권 3관왕

  • 입력 2009년 6월 20일 08시 50분


일곱살 때 벌써 20kg짜리 쌀 번쩍

부천 중동시장의 쌀가게 집 딸은 어려서부터 장사였다. “아빠, 나도 할 수 있어. 내가 배달갈래.” 80kg 쌀 한가마니를 거뜬히 둘러메는 아버지를 따라 문유라(19·경기도 체육회)도 20kg짜리 쌀 포대를 옮겼다. 겨우 일곱 살 때의 일이었다. 하지만 두 살 터울 오빠와의 팔씨름에서 승승장구할 때도, 놀이터에서 칼싸움으로 사내아이들을 제압할 때도 역사(力士)가 될 줄은 몰랐다.

부천여중 1학년 시절. 교내 역도대회가 열렸다. “엄마, 나 저기 한 번 나가볼까? 나 힘세잖아….” 어머니 변영순(46)씨는 한사코 딸자식을 말렸지만, 운명은 거스를 수 없었다. “딱, 1년만 할게”가 “딱 3년만”이 됐고, 이제 “기왕 한 거 올림픽 금메달도 딸래”로 바뀌었다.

‘한국 여자 역도의 샛별’ 문유라가 세계정벌의 전주곡을 써내려갔다. 문유라는 19일 (한국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사라폴발렌타경기장에서 열린 2009세계주니어역도선수권 여자부 63kg급 경기에서 인상(104kg), 용상(120kg), 합계(224kg)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합계 2위 중국 하오젠젠(205kg)과는 무려 19kg 차이. 인상은 김수경(24·제주도청)의 종전한국기록을(103kg)을 1kg 늘린 것이다.

여자대표팀 김기웅(48) 감독은 “(문)유라는 장미란(26·고양시청)의 뒤를 이을 재목”이라면서 “최근 몇 년간 1년에 10kg이상씩 기록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110kg(인상)에 135kg(용상)까지도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올림픽 여자63kg급 금메달리스트는 “위대한 장군님이 경기를 지켜본다는 생각에 마지막 순간 힘을 낼 수 있었다”는 우승소감으로 화제가 됐던 북한의 박현숙(24). 그녀의 당시 기록은 합계 241kg(인상106kg·용상135kg)이었다. 한국선수들은 보통 인상에 약점이 있지만, 문유라는 오히려 인상이 강하다.

대한역도연맹 안효작 전무이사는 “특히, 힘과 스피드가 타고났다”고 했다. 인상기록은 이미 베이징올림픽 3위 수준. 문유라는 “클린(역기를 쇄골 부분에 올리는 동작)은 자신 있기 때문에 저크(점프하면서 역기를 밀어 올리는 동작)를 더 보완해 런던올림픽에서는 금메달에 도전할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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