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우천으로 두산전이 취소됐지만 선수들의 머리 속에는 ‘그래도 우리는 훈련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문학경기장 전체가 정전되면서 선수단 전원에게 휴식이 주어졌다. 오랜만에 얻은 자유시간에 선수들은 저마다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평소 자기관리에 철저한 김성근 감독은 이날도 쉬지 않았다. 촛불을 켜놓고 웨이트트레이닝을 소화한 것.
이 소식을 접한 정근우(27)는 “우리 감독님은 촛불을 켜고 운동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선수 입장에서는 김 감독의 부지런함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하지만 공포의 촛불 훈련자가 또 있었다.
김 감독은 “어제(20일) 불펜에 누가 있어서 자세히 봤더니 윤길현이더라”고 말했다. 지난해 무릎 수술을 받은 후 현재 2군에서 뛰고 있는 윤길현(26)이 촛불 하나에 의지한 채 섀도우 피칭을 하고 있었던 것.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제자가 뿌듯한 김 감독은 “진정한 섀도우 피칭을 했다”는 취재진의 농담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문학|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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