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 간담회…형식과 절차의 문제없나
무엇보다 방식의 문제를 짚어야 한다. 사령탑의 사퇴와 같은 민감하고 중대한 문제는 비공식 간담회를 통해 거론될 만한 사안이 아니다. 이사회의 한 임원은 “간담회 이후 구단주 박성효 대전 시장에게 이사진 의견을 전달했다”며 “‘경질’이 아닌 ‘자진사퇴’를 권고한 것은 김 감독의 명예로운 퇴진을 돕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의 타당성 여부에 대해선 “이사진 의견을 구단주에게 전달했을 뿐, 의결 사항은 아니므로 문제없다”는 입장. 구단도 “감독은 계약직이므로 구단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동조했다.
그러나 퇴진 명분으로 내세운 성적 부진도 타당성이 부족하다. 구단은 “대전은 하위권에 머무르라는 법이 있느냐”고 항변하지만 김 감독은 “스타 선수가 없는 실정에서, 전지훈련을 다녀온 사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간담회’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2007년 7월 취임한 김 감독은 무너진 팀을 6강 플레이오프에 진입시켰고, 시(市)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 시민증’까지 받았다.
○사령탑 거취는?2년 만의 ‘감독-사장’ 동반퇴진 재현?
이사 간담회에선 송규수 사장도 함께 퇴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코치 폭행으로 물러난 최윤겸 전 감독과 이윤원 전 사장의 동반 퇴진이 이뤄진 게 꼭 2년 전인 것을 감안하면 대전으로선 명분, 실리를 모두 찾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보이지 않는 손길’이 끝없이 구단을 흔들어온 것은 익히 알려진 얘기. 대전은 타 팀에 비해 유독 주변으로부터 온갖 압력과 입김에 시달려왔다.
다수의 축구 관계자들은 “진정 대전이 명예를 위한다면 김 감독이나 송 사장이 업무에 충실하고 임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 감독은 “빈약한 재정의 시민구단을 무난한 운영이 가능토록 자금력을 확보하고, 체계적인 프로 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유소년 시스템과 선수 육성 프로그램을 계획했다”면서 “그간 수없이 제안한 문제들을 꾸준히 진행해왔다면 훨씬 좋은 성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