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를 잡으려면 듣도 보도 못한 투수를 내라.’ SK를 둘러싼 트렌드 아닌 트렌드다.
“요즈음 SK야구는 분석을 해줘도 못 친다”라고 SK 김정준 전력분석팀장은 이런 소리에 불편함(?)을 내비치지만, 뒤집어보면 그만큼 SK의 분석능력이 탁월하기에 나오는 얘기일 터.
그런 김 팀장에게 두산 김현수와 LG 페타지니의 분석을 의뢰했더니 웃음부터 들었다.
‘SK도 얻어맞고 있는데 뭔 분석이냐?’란 뜻이리라.
실제 SK는 김현수 상대로 타율 0.323(31타수10안타) 2홈런 8타점 6볼넷 OPS(출루율+장타율) 0.980으로 당했다.
페타지니 상대로도 타율 0.364(33타수12안타) 2홈런 3타점 5볼넷 OPS 1.007이었다.
김 팀장에 따르면 둘은 공히 선구안이 빼어나고, 특정 구질이나 코스에 뚜렷한 약점을 지니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몸쪽 높게 바깥쪽 낮게”란 ‘정석’에 입각한 승부 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진단했다.
페타지니는 일본 프로야구를 제패한 커리어와 안정된 하체를 바탕으로 타격 시 중심축을 뒤에 두는 타격 폼이고, 김현수는 타격 시 중심이동이 가능하기에 공을 보는 시간이 길다고 했다.
김현수 뒤에 김동주가 버티는 점도 플러스라고 했다.
9회 투아웃 만루에서 두 타자를 만날 경우 어떻게 승부할 것인가란 질문에도 “눈 감고 던질 수밖에”란 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SK투수 중 두 타자를 꼭 잡아야 될 순간이라면 누구와 붙이겠는가란 질문엔 “김광현, 전병두”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영업상 비밀’도 있겠지만 “왼손의 이점에다 빠른 공을 앞세운 힘의 승부” 외엔 천하의 SK 분석팀도 대안이 없는 듯 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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