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만에 북한의 월드컵 본선 진출 꿈을 이룬 안영학(30·수원)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에서의 목표를 공개했다.
안영학은 23일 수원 월드컵경기장 내 인터뷰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스페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강팀과 맞붙고 싶다”면서 “그 경기에서 골을 넣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후세에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안영학은 “월드컵 본선 진출은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고, 이제 꿈이 이뤄졌다. 특히 남북한이 동반 진출해 기쁨이 두 배다. 본선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안영학은 “한국에게 0-1로 패했을 때만 해도 본선 진출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사우디와의 최종전에서 끝내 별을 따냈다”고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
안영학은 한국이 북한의 본선 진출에 도움을 준 것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오침(낮잠) 시간인데도 한국과 이란의 결과가 궁금해 TV 생중계를 봤다. 박지성이 동점골을 넣을 때 우리가 비기기만 해도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좋았다. 한국이 북한의 기세를 높여줬다”며 끝까지 선전을 펼쳐준 한국 대표팀에 고마움을 전했다.
안영학은 북한이 본선에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국제경기 경험을 꼽았다. “4년 전 월드컵 예선에 탈락했을 때는 국제경험이 너무 부족해 대응능력이 떨어졌다. 그동안 많은 원정 경기를 다니면서 풍부한 국제경험을 쌓은 것이 이번 예선전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는 것이 그가 언급한 내용이다.
대표팀에서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소속팀 수원에서의 입지는 불안하다. 지난 시즌 9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친 안영학은 이번 시즌에도 주전 확보에 실패, 1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안영학은 “지난해부터 주전 경쟁에서 밀린 것은 사실이다. 팬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선수를 출전 시킬 권한이 차범근 감독님에게 있어 열심히 훈련하며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J-리그 복귀설에 대해서는 “영입제의를 들은 바 없다. 나는 수원 삼성의 일원이고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며 소문을 일축했다.
안영학은 “꿈이 실현됐으니 월드컵이라는 현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또 소속팀에서도 더 긴장하고 성실히 임한다면 의미 있게 올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수원)=동아닷컴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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