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안영학 월드컵 진출 소감
“하늘의 별을 딴 느낌…박지성 득점때 기분최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꼭 이기라는 서신을 받았어요.”
북한 축구대표팀이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는 데 힘을 보탠 미드필더 안영학(31·수원 삼성·사진). 재일동포인 그는 북한 국적이지만 프로축구 K리그에서 뛰고 있다. 그는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본선 진출의 소감과 그간의 과정을 소개했다.
○ 김치-멸치 공수 음식 걱정 덜어
18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8차전을 앞두고 북한 대표팀은 깜짝 선물을 받았다. 그는 “사우디 원정을 떠나기 전 선수들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가 전달됐다. 편지에는 본선에 꼭 진출해 달라는 당부의 말이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관심만큼 대표팀에 대한 대접도 좋았다. 북한축구협회는 사우디 원정을 위해 평양에서 쌀과 김치, 멸치, 마늘 등을 공수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요리사까지 대동해 선수들에게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었다.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포상도 있다. 그는 “보통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아파트나 자동차를 주고 ‘영웅 칭호’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포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처음엔 본선 진출 회의적 분위기
북한 대표팀은 처음에는 본선 진출에 회의적이었다. 그는 “솔직히 3차 예선 1차전이었던 요르단 원정(1-0 승)이 끝난 뒤에도 선수들 사이에서는 본선 진출에 대한 희망을 가지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선수들과 같이 식사하면서 ‘영학아, 너의 꿈은 뭐냐’라고 물어서 ‘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더니 ‘하늘의 별 따기 같은 얘기’라고 말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최종 예선 7차전에서 이란과 비긴 뒤 ‘하늘의 별을 따자’라고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 정대세와 한국경기 TV로 지켜봐
본선 진출에 대한 희망을 불태웠던 만큼 17일 한국과 이란의 경기는 북한 대표팀에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 경기의 결과에 따라 북한의 본선 진출이 좌우됐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경기 결과가 궁금해서 호텔 숙소에서 룸메이트인 정대세(가와사키)와 TV로 지켜봤다.
한국이 먼저 골을 내줬을 때 조마조마했지만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골을 넣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무승부로 경기가 끝난 뒤 그는 “그라운드에서 좋아하다 너무 힘을 빼는 통에 선수들이 다들 지쳐서 숙소로 와서는 피곤해서 그냥 잤다. 파티도 하지 못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수원=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