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플러스] 박병호 연타석 홈런 “이런 기분 처음”

  • 입력 2009년 6월 25일 08시 22분


2회·4회 솔로포 3안타 2타점 “기회 안놓친다…독품은 부활”

히어로즈와의 잠실 3연전이 시작되던 23일. LG 박병호(23)는 갑작스럽게 1군의 호출을 받았다. “일단 와 봐라.” 4월16일에 2군으로 내려간 후 두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다시 기회가 오는 걸까.’ 얼굴이 상기됐다. 하지만 훈련이 끝난 후 또다시 집으로 가는 짐을 쌌다. 21일에 손등 부상을 당한 선배 최동수의 상태가 금세 좋아질 수도 있다고 했다. 박병호의 자리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는 “내일은 2군에서 경기를 뛰고 오기로 했다. 빨리 끝내고 다시 오겠다”며 배시시 웃었다.

24일. 아침 일찍 일어나 구리구장으로 향한 박병호는 오후 1시에 시작된 한화전에서 3타수 1안타를 쳤다. 그리고 잠실로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곧바로 들려온 기쁜 소식. 정식으로 엔트리에 등록됐다고 했다. 심장부터 쿵쾅쿵쾅. 경기 전 훈련부터 땀을 비 오듯 쏟았다. 김재박 감독은 남몰래 그 모습을 눈여겨 봤다. 그리고 그를 히어로즈전에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시켰다.

0-0으로 맞선 2회 1사 후 첫 타석. 상대는 올 시즌 다승 공동 선두에 올라 있는 히어로즈 에이스 이현승이었다. “비디오를 보며 연구를 많이 했다”던 박병호는 5구째 체인지업을 부드럽게 밀어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결승 솔로포(비거리 130m)를 뿜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4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섰다가 또다시 이현승의 4구째 투심패스트볼(139km)을 잡아당겼다. 이번엔 왼쪽 펜스를 넘어 125m를 날아갔다. 생애 첫 연타석 홈런이었다. 4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1군 복귀전이었다.

박병호는 지난 2년간 상무에서 군복무를 했다. 그리고 지난해 2군에서 타점왕과 홈런왕을 휩쓸었다.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도 3할을 쳤다. 하지만 2군에서 그렇게 날카롭던 방망이가 1군에서는 번번이 헛돌았다. 9경기에서 타율 0.154에 삼진 10개. 다시 2군으로 돌아가기 전까지의 성적표였다.

그러나 이번엔 정말 달라졌다. 박병호는 “독기도 품었고, 잘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2군에서도 잘 쳤을 때의 감각을 찾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면서 “전역 후 두 번째 찾아온 기회다. 다시는,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렇게 LG는 이날 1승보다 값진 수확을 얻었다. 업그레이드된 박병호, 그리고 그의 자신감이다.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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