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코트를 지켜온 농구대잔치 세대들도 세월을 비켜갈 수는 없었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속속 코트를 떠나고 있다. 이번 주에는 양희승과 현주엽이 연이어 은퇴를 선언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지난달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재활치료를 하고 있던 현주엽은 25일 은퇴 기자회견에 지팡이를 짚고 나타나 아쉬운 소회를 밝혔다. 그는 “경기력이 떨어지고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 자존심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누구나 때가 되면 유니폼을 벗어야 하는 게 운동선수의 숙명이다. 하지만 농구대잔치 출신 스타들의 퇴장은 앞만 보고 달리다 어느 순간 떠밀리듯 물러나는 듯해 씁쓸해 보인다. 세대교체를 통해 팀을 재편하려는 분위기 속에서 하루아침에 퇴물 취급을 받고 있어서다. 서장훈은 “그래도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들인데 마무리를 잘하도록 배려해 줄 부분도 있지 않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그렇다고 화려했던 과거에 멈춘 채 자기 입장만을 고집할 수도 없다. 이상민은 “달라진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고 미리 변화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고참 선수로서 스스로 낮춰야 될 일도 있다”고 지적했다.
흔히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한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얘기도 있다. 코트의 별들도 그런 모습을 그려보지만 냉혹한 현실에서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