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만에 코피 주르륵… 고지대 피로감 심각

  • 입력 2009년 6월 29일 02시 59분


잔디 점검 허정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루스텐버그의 한 훈련장을 사전 답사하며 잔디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루스텐버그=양종구 기자
잔디 점검 허정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루스텐버그의 한 훈련장을 사전 답사하며 잔디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루스텐버그=양종구 기자
주경기장 마무리 공사 한창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메인 스타디움인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스타디움이 19일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 가운데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에서 내년 6월 11일 월드컵 개막전이 열린다. 요하네스버그=EPA 연합뉴스
주경기장 마무리 공사 한창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메인 스타디움인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스타디움이 19일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 가운데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에서 내년 6월 11일 월드컵 개막전이 열린다. 요하네스버그=EPA 연합뉴스
■ 허정무 월드컵대표 감독 남아공 현지답사

“희망을 봤습니다.”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끈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의 얼굴은 밝았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23일부터 현지 트레이닝캠프를 답사 중인 그는 “루스텐버그와 프리토리아를 돌아보며 얻은 게 많았다”고 말했다.

○ 6월의 추운 겨울 날씨를 이용하라

남아공은 남반구에 있다. 6월이면 겨울이다. 밤에는 섭씨 2도로 쌀쌀하고 낮에는 20도로 선선하다. 이에 따라 허 감독은 트레이닝캠프 선수단 숙소가 난방이 잘 되는지를 꼼꼼히 살폈다. 그는 “선수들이 훈련에 전념할 공간이 필요하고 일교차가 심한 날씨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남아공 일대를 돌며 루스텐버그 지역의 숙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헌터스 레스트 호텔 주변 환경이 좋다는 것. 그는 “이탈리아와 미국이 프리토리아 지역을 1순위로 꼽았지만 루스텐버그도 괜찮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숙박 시설과 훈련 캠프가 좋은 프리토리아 쪽도 여전히 염두에 두고 있다. 대표팀 훈련 캠프는 12월 본선 조 추첨이 끝난 뒤 조별 리그가 열리는 지역에 따라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 산소 부족해 피로 쉽게 쌓여

허 감독은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한 지 사흘 만에 코피를 흘렸다. 해발 1700m 고지에서 활동하다 보니 산소가 부족해 피로가 쌓인 탓이다. 그는 “이번에 답사를 오지 않았으면 결코 느끼지 못할 정보였다”고 말했다.

남아공 월드컵이 열리는 9개 도시, 10개 경기장 가운데 해발 1000m를 넘는 경기장은 6곳. 1700m 고지인 요하네스버그에는 2개의 축구장이 있다. 대표팀이 2월 해발 1290m 고지인 이란 테헤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점을 감안하면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조별 리그에서 최소한 한두 경기는 해발 1000m 이상에서 치러져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남아공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준결승에서 스페인이 미국에 0-2로 완패하고 브라질이 남아공과 졸전 끝에 1-0으로 간신히 이긴 이유도 ‘고지대 효과’인 셈이다.

허 감독은 “마라톤 고지 훈련에 대한 연구 결과는 많은데 축구 고지 훈련에 대한 자료가 없어 걱정이다. 체육과학연구원과 협조해 대비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1월 남아공으로 전지훈련을 가서 선수들이 고지대를 경험할 기회를 갖도록 할 계획이다.

남아공의 잔디 상태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허 감독은 발에 감기는 떡 잔디와 푹푹 꺼지는 잔디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이 ‘키쿠유’라는 남아공 현장 잔디와 ‘라이’라는 양잔디를 적절히 섞기로 하면서 적응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요하네스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살인-강도사건 빈발? 우범지대외엔 안전

■ 남아공 진실과 오해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들은 기자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내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앞서 트레이닝캠프 답사를 위해 현지를 방문한 허정무 감독도 환대를 받았다. 허 감독은 “안전에 문제가 많다고 하더니 문제가 없네”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 안전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

일부 외신은 ‘남아공에서는 매일 50건 이상의 살인 사건과 수백 건의 강도 사건이 발생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대표팀이 현장을 답사해본 결과 위험한 상황은 크게 없어 보였다.

현지에서 여행업을 하는 교포 이달훈 씨는 “남아공은 전국적으로 살인 사건이 많이 일어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평화롭게 산다”고 말했다. 남아공 프리토리아뉴스 축구 담당 레스터 밀스 기자도 “우범지대만 피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남아공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업무를 지원하는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대외협력국 부장은 “FIFA는 남아공 월드컵 준비 상황에 만족감을 보였다”고 말했다.

내년에 월드컵이 열리는 9개 도시, 10개 경기장 가운데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포트엘리자베스)을 신축하는 등 5곳이 완공됐다. 나머지 경기장도 80∼90%의 공정을 보이고 있어 연말까지 완공될 것이라고 현지 관계자는 말했다.

○ 숙박 시설과 교통 상황은 열악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유동 인구는 200만 명. 남아공 대회는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데다 여러 모로 조건이 나빠 100만 명 정도가 찾을 것으로 보인다. FIFA는 각국 선수단과 대표단을 위해 5만5000개 객실을 확보했다. 외국인 방문객에 대해서는 공식 알선업체를 통해 숙박시설을 구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100만 명에 이르는 축구팬이 머물 공간은 크게 부족하다. 김동대 축구협회 국제위원장은 “SALOC는 다각적으로 숙박시설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내년 월드컵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하는 관광객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가이드를 동반한 렌터카가 없으면 이동하기 어려운 부실한 대중교통 체계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요하네스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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