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사흘 간 대회를 생중계한 MBC ESPN 측은 시청률이 축구경기를 능가할 정도로 높았다며 오히려 놀라워했다는 후문. 3일 간 대회와 선수들을 밀착 취재한 KBS는 ‘다큐3일’ 프로그램을 7월 4일 방영한다.
○ … 왜 여자씨름이 인기가 있을까? 전문가들에게 질문한 결과 △스피디한 경기운영(샅바싸움, 신경전이 거의 없다) △아기자기한 기술 △선수들의 표정이 살아 있음 △따뜻한 매너 등을 꼽았다.
실제로 선수들은 경기 전 웃으며 악수를 나누는가 하면, 쓰러진 상대 선수를 일으켜 주고, 승자가 패자를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린 자녀들이 관람석에서 “우리 엄마 이겨라!”를 외치는 장면은 남자씨름대회에서는 결코 볼 수 없을 것이다.
우승한 선수가 모래판을 박차고 뛰어나가 감독에게 덥썩 안기는 모습은 2002 월드컵에서 히딩크를 향해 돌진하던 박지성을 연상하게 했다.
○ … 이번 대회 기간 중에는 푸짐한 경품이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자전거, 세탁기, 냉장고, 가스렌지, 농산물 등의 경품들을 대부분 구례군의 기업, 자영업체들이 십시일반으로 준비했다는 점도 이채.
○ … 전국씨름연합회는 이번 대회에서 씨름 홍보영상과 노래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5천년의 민족혼이 깨어난다’는 내용의 영상물은 아리랑TV를 통해 전 세계 150여 개국에 방영된다. 특히 ‘천하장사 그 날이 오길’이란 제목의 씨름송은 선수들이 등장할 때마다 장내에 울려 퍼져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일부 팬들은 진행석을 찾아 와 씨름송의 CD 구입을 문의할 정도.
○ … 대회 기간 내내 화제가 된 팀은 충북씨름연합회팀이었다. 26일 매화급과 대나무급에서 심인숙, 임혜미를 우승시킨 충북팀은 28일 통합장사대회에도 임혜미를 결승에 진출시키며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 5월 포항대회에서도 두 체급에서 우승자를 배출했다.
그러나 충북팀은 최근 연합회장이 사임하는 등 내부적인 분열로 아픔을 겪고 있다. 선수단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40일 작전’에 돌입했다.
충북씨름연합회 권덕종 사무국장은 “구례대회를 통해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어려움을 돌파해보자고 서로 다짐했다. 임혜미 등 일부 선수들은 합숙훈련도 불사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충북씨름계가 서로 도와가며 화합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 … 사흘간 축제의 장을 지킨 관중들은 여자씨름의 묘미를 만끽하며 흥겨워했다. 초등학생 여아 조카 4명을 데리고 온 30대 남성(구례 거주)은 “여자씨름은 처음 보는 데 상당히 재미있다. 조카들도 좋아한다”며 밝은 얼굴을 했다. 구례 주민인 전옥희(73) 할머니는 “씨름을 보기 위해 동네 할머니 5명이 같이 왔다. 애기들이 하는 걸 보니 재미있다”고 했다.
○ … 전국씨름연합회 최성열 수석부회장은 “씨름대회에 여자선수들이 출전하면 관중석이 꽉 찬다. 여자씨름대회와 함께 연합회가 올해 적극 추진하고 있는 길거리씨름 역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가면서 씨름부활의 희망을 보았다. 매우 긍정적이고, 마음이 설렌다”면서 “이 기세를 모아 내년에는 프로씨름을 구체화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 국민생활체육 전국씨름연합회(회장 최영만)는 구례대회 유치와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애쓴 서기동 구례군수, 박민순 구례군의회의장과 윤형영 구례군씨름연합회장에 대해 감사패를 전달했다.
구례 |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