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대 종목의 드래프트] ‘1번’에 웃고 우는 ‘게임의 법칙’

  • 입력 2009년 6월 30일 08시 32분


미국 스포츠의 6월은 큰 이벤트의 연속이다. NHL 스탠리컵 파이널, NBA 파이널, US오픈 골프 등이 잇달아 벌어져 스포츠 팬들을 열광시킨다. 이 때 마니아들의 관심을 끄는 게 또 있다. 바로 메이저종목들의 드래프트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NFL만 4월에 드래프트가 열리고 나머지는 모두 6월에 집중돼 있다.

NBA와 NHL의 드래프트는 같은 주에 벌어진다. 드래프트는 미국 스포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벤트여서 4대 종목이 모두 커미셔너가 참가해 지명팀의 선수를 호명하는 게 전통이다. 아울러 드래프트가 관심을 끌기 때문에 방송사에서도 미 전역으로 생중계한다. 게다가 신청자들도 워낙 많아 NBA를 제외하면 이틀 동안 드래프트가 진행된다. 미국 4대 종목의 드래프트를 살펴본다.

○드래프트 비중 큰 NFL

4대 종목 가운데 드래프트가 가장 늦게 도입된 종목이 야구다. 다른 종목들은 1930년대, 40년대에 시작됐으나 야구는 1965년에 뒤늦게 실시했다. 미국 스포츠에서 전력 보강 방법은 두가지다. 성적 역순으로 지명하는 드래프트와 돈을 들고 선수를 사들이는 프리에이전트다. FA 영입은 자칫 ‘먹튀’가 나올 수 있어 거액만 들이고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자주 벌어진다. 드래프트는 스카우트들의 안목으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단의 능력을 평가받는 무대다.

드래프트의 비중이 가장 큰 게 NFL이다. 야구는 구단의 투자와 성적이 비례하지만 NFL은 드래프트에 따라 좌우된다. NFL은 바닥을 헤매는 팀이 드래프트 농사만 몇년 잘 하면 곧바로 슈퍼볼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종목은 FA의 의존도가 크다.

○전체 1번은 10년 성적을 좌우한다

80년대 NBA LA 레이커스가 ‘쇼타임 시대’를 이끌 수 있었던 비결은 드래프트 1번 때문이었다. 레이커스는 79년 미시건 스테이트의 포인트가드 매직 존슨, 82년 노스캐롤라이나의 포워드 제임스 워시를 전체 1번으로 지명했다. 레이커스는 9년 사이에 존슨과 워시를 앞세워 5차례 NBA 정상에 올랐다.

샌안토니오 스퍼스 역시 97년 행운의 로터리 선택으로 1번에 지명한 파워포워드 팀 던컨 덕에 4차례 정상에 올랐다. 던컨이 입단하기 전에 샌안토니오는 NBA 파이널에 진출해보지도 못했다.

NFL 뉴욕 자이언츠는 2004년 쿼터백 일라이 매닝을 지명해 2007년 슈퍼볼 정상에 올랐다. NHL 피츠버그 펭귄스도 2005년 센터 시드니 크로스비를 1번으로 택한 뒤 올해 17년 만에 스탠리컵 정상을 탈환했다. 드래프트 전체 1번은 정상 도전의 지름길이나 다름없다. 선수에게는 1번이라는 영예는 물론이고 돈방석도 예고된다.

○1번 임팩트는 NBA가 가장 앞서

올해 LA 클리퍼스는 오클라호마 대학 출신의 20세 파워포워드 블레이크 그리핀(208cm)을 지명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클리퍼스가 내년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클리퍼스는 88년 캔자스 대학을 NCAA 정상에 올려 놓은 대니 매닝(포워드), 98년 퍼시픽 대학의 마이클 올라와콴디(센터)를 1번으로 지명하고도 팀을 정상에 올려 놓지 못한 아픈 과거가 있었다.

매닝은 두차례 플레이오프 진출로 어느 정도 성공은 거뒀으나 올라와콴디는 역대 드래프트 사상 최고의 거품으로 꼽힌다. 클리퍼스는 올라와콴디를 잘못 선택한 후유증에 몹시 시달렸다. 2001년 워싱턴 위저즈가 지명한 센터 콰미 브라운도 올라와콴디에 버금가는 거품이다. 브라운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택한 선수다.

2003년 르브론 제임스, 2004년 드와이트 하워드를 지명한 클리블랜드와 올랜도는 전력의 급상승뿐 아니라 스포츠 마케팅마저 확 달라졌다. 제임스는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아이콘이다.

○야구는 드래프트도 어려워

올해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1순위를 갖고 있었던 팀은 워싱턴 내셔널스였다. 예상대로 샌디에이고 스테이트 출신의 우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를 지명했다. 스트라스버그는 지명도 되기 전에 슈퍼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계약금이 5000만 달러 수준이 돼야 한다는 소문을 흘려 더 유명세를 치렀다. 물론 현재 아마추어 투수로는 최고다. 160km의 강속구를 뿌리고, 변화구 제구력이 뛰어나 당장 즉시 전력감으로 꼽힌다.

하지만 야구는 드래프트 1순위 선수가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뛰어든 경우가 드물다. 최근 들어서는 2001년 전체 2번으로 지명된 마크 프라이어가 가장 빨리 빅리그로 진출했다.

1965년에 시작된 드래프트에서 투수 전체 1순위는 역대 스타라스버그를 포함해 11명이었다. 그러나 1순위 투수는 단 한번도 사이영상을 배출시키지 못했다. 다른 종목은 1순위와 성적, 개인상 수상 등이 비례하지만 야구는 알 수 없다. 야구는 드래프트 방식도 독특하다. 다른 종목은 드래프트가 벌어지면서 트레이드 시장도 같이 열린다. 그러나 야구는 제도적으로 막혀 있다. 올해 NBA 드래프트에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는 스페인의 포인트가드 리키 루비오를 1순위 5번으로 지명했다. 그러자 다음날 루비오의 아버지는 스페인에 몇년 더 있을 계획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미네소타의 스포츠 시장이 작다는 이유다. 루비오가 미네소타행을 거부할 경우 트레이드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의 스트라스버그는 워싱턴과 죽으나 사나 계약해야 한다. 정 계약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1년을 쉬는 방법이 있다.

LA|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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