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에서 뛰면서 잉글랜드 무대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설기현(30·풀럼)은 소심하다. 한 번 위축된 후에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고 문제가 생기면 혼자 끙끙 앓기 일쑤다.
이를 간파한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이 2002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경기 전 설기현에게 ‘나는 잘 생겼다. 나는 최고의 선수다’고 거울을 보며 3차례 외치도록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화.
설기현이 자신감을 되찾고 프리미어리그 재도전에 나선다.
설기현은 30일 영국으로 출국하기 전 “사우디에서 뛰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경기감각도 좋아졌다. 나름 만족스러운 시기였다. 이런 분위기를 살려 영국에 가서 열심히 하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근 취재진을 만날 때 얼굴이 어두운 적이 많았지만 이날은 표정도 밝았고 한결 여유 있어 보였다. 마인드도 바뀌었다. 풀럼에서 주전경쟁에서 밀렸을 때 설기현은 “감독이 출전기회를 주지 않는다”며 공공연하게 불편함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감독의 스타일에 맞춰간다는 생각이다. 설기현은 “감독님은 개인플레이보다 팀플레이를 중요시 여긴다. 또한 미드필더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윙 포워드를 선호한다. 감독님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밝혔다.
대표팀 승선에 대해서는 “한국이 7회 연속 진출을 이뤄 기쁘다. 본선은 예선과 달라 경험 있는 선수가 분명 필요하다. 중요한 건 내가 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인천국제공항|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