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김승현은 2006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면서 오리온스와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이 10장(10억 원)’이며 5년 동안 깎을 수도 없다는 얘기까지 들렸다. 하지만 김승현은 지난 두 시즌 동안 부상을 이유로 잦은 결장을 일삼아 구단의 눈총을 샀다. 선수가 물론 다칠 수는 있지만 자기 관리에 소홀한 결과라는 지적도 많았다. 급기야 구단에서는 변호사에게 자문까지 해가며 기존 계약 파기 가능성을 알아봤으나 한번 찍은 도장을 물릴 수는 없었다. 결국 조정 절차를 거쳐 이제 뒷돈은 지급하지 않겠다는 게 구단의 의도로 여겨진다. 덧붙여 구단과 선수의 갈등 양상이 부풀려지면서 김승현의 은퇴설까지 흘러나온다.
이번 사태는 선수의 무리한 요구와 구단의 이면 계약 등 어설픈 선수 관리가 빚어낸 최악의 결과다. 꼬인 매듭은 누구도 대신 풀어줄 수 없다. 오리온스는 구린 구석이 있다면 계속 덮어두기보다 과감하게 털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다음 시즌에는 54경기를 모두 뛰겠다”고 구단에 말했다는 김승현 역시 명예 회복을 바란다면 코트에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 오리온스와 김승현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양측 모두 감정 대립과 기 싸움으로 목소리를 높일 때는 아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