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얘기다. 스포츠 스타 가운데는 이처럼 부족한 신체 조건을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가 많다.
축구선수 중에는 박지성 외에 곽희주(28·수원 삼성)와 곽태휘(28·전남 드래곤즈)가 있다. 이들은 한 쪽 눈을 실명했다. 나머지 한 쪽 눈에만 의지하는 상황에서도 치열한 노력으로 주축 선수로 자리 잡았다.
여자 골프 김미현(32·KTF)은 대표적인 '땅꼬마' 선수다. 키가 157cm에 불과하다. 그의 가장 큰 고민은 비거리(공이 날아 간 거리)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몸무게를 늘렸다. 일명 '꽈배기 스윙'으로 불리는 그만의 스윙을 계발했다.
여자 펜싱 남현희(28·서울시청)도 불리한 몸을 극복했다. 펜싱은 종목 특성상 팔다리가 길어야 유리하다. 그러나 키 154cm의 '땅콩 검객' 남현희는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장신의 유럽 선수들을 차례로 제압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신체적인 약점을 반 박자 빠른 스피드로 극복했다.
프로배구에는 여오현(31·삼성화재)이 유명하다. 그는 한국배구연맹에 등록된 남자 선수 가운데 키(175cm)가 가장 작다. 하지만 80%가 넘는 리시브 성공률로 '월드 리베로'로 거듭났다.
김미현은 "노력하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성공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을 자주 했다. 초등학생 때 마취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12바늘을 꿰매면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정도로 참을성이 뛰어나다. 남현희 역시 별명이 '독종'이다. 그의 엄청난 훈련량을 본 선수들은 하나같이 혀를 내두른다. 나윤수 송호대 교수(생활체육과)는 "이들의 성공스토리를 말할 때 항상 붙어 다니는 단어가 땀과 눈물"이라며 "스포츠의 다른 이름이 '감동'인 이유도 이처럼 핸디캡을 극복한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