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프리토킹] 스페인의 역습…흔들리는 ‘넘버원 EPL’

  • 입력 2009년 7월 9일 08시 18분


세계 프로축구리그의 중심 바뀌나… 맨유 챔스 트로피 바르샤에 헌납, EPL 독주, 프리메라리가에 제동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2000년대 들어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리그로 각광 받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필두로 전통의 명가로 불리는 리버풀, 러시아 자본으로 최고의 선수들을 싹쓸이한 첼시, 젊은 유망주들로 구성된 아스널 등 이른바 EPL ‘빅4’들이 유럽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전 세계 모든 선수들이 원하는 ‘꿈의 무대’는 프리미어리그가 됐다. 하지만 2008-2009시즌부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강력한 도전을 받으면서 EPL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챔스리그 우승컵 내주며 EPL 위상 흔들

그 시작은 2008-2009 유럽축구연맹(UEFA)챔피언스리그부터. 잉글랜드 ‘빅4’는 대회 8강에 나란히 진출하며 막강 파워를 자랑했다. 그러나 이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막강 화력 앞에 EPL 클럽 모두가 무릎을 꿇었다. 바르셀로나와 맨유의 결승전은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빅매치. 바르셀로나와 맨유는 단 하나 뿐인 정상의 자리를 놓고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세계 최고 선수의 자리를 놓고 싸우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유)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전쟁도 큰 화제가 됐다. 이는 결국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EPL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기도 했다. 결국 바르셀로나가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맨유는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됐고, EPL의 독주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어 스페인의 거함 레알 마드리드가 EPL의 단독 행보를 다시 한번 견제하고 나섰다. 엄청난 자금력을 앞세운 레알 마드리드는 최근 ‘백인 펠레’로 불리는 카카, 프랑스의 기대주 카림 벤제마에 이어 세계 최고 선수로 불리는 호날두까지 싹쓸이하면서 막강 라인업을 구성, ‘갈라티코’(스페인어로 은하계라는 뜻. 스타들을 끌어 모아 성적과 마케팅을 동시에 성공시키겠다는 레알의 정책을 일컫는 말)를 앞세워 ‘명가 재건’을 선언했다.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 입단식에서 “프리메라리가가 EPL보다 한 수 위에 있는 리그”라고 말하며 본격적인 도발을 시작했다. 막강한 공격라인업을 구성한 레알 마드리드와 유럽클럽의 제왕으로 등극한 바르셀로나에 대항할 수 있는 다른 리그의 클럽들이 나오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적 시장 경쟁에서도 연이은 참패

프리메라리가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EPL 클럽들은 이적시장에서 이전보다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세계 최고의 리그’라는 수식어에 상처를 입고 있다. 지난해까지 만해도 최고의 선수들이 EPL행을 서둘렀다. 세계랭킹 1위 스페인대표팀 최고의 스타들도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가 아닌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유니폼을 입기 위해 영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2009-2010시즌을 앞둔 이적시장에서는 EPL 구단들이 ‘빅 스타’에 애를 먹고 있다.

호날두를 잃은 맨유는 벤제마를 영입하려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베팅 싸움에서 밀렸다.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를 호날두의 대체요원으로 생각했지만 난관에 부딪히고 있고, 레알 마드리드가 버린 카드인 훈텔라르를 영입하려 한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

현재까지 맨유는 마이클 오언과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데려오긴 했지만 호날두에 비하면 무게감이 한참 떨어진다. 유럽정상을 꿈꾸는 첼시는 ‘AC밀란’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을 데려왔고, ‘러시아 호날두’로 불리는 유리 지르코프를 영입하는 등 전력정비를 서두르고 있지만 그들의 명성에 맞는 ‘빅 스타’의 추가 영입은 보이지 않고 있다.

첼시 또한 카카 영입 경쟁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현금 공세에 ‘러시아 자본’은 손을 들고 말았다. 이적시장에서 적극성을 보이는 맨유, 첼시와 달리 아스널과 리버풀은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적극적인 선수 영입보다는 기존의 멤버들의 이탈을 방지하면서 집안 단속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구단들이 비 시즌부터 프리메라리가의 클럽에게 패하고 있어 자존심이 강하기로 소문난 영국 팬들은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이적시장은 8월 31일까지다. 대형 스타들의 대이동은 이미 시작됐다. EPL 클럽들은 유럽 최고의 리그라는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 여전히 몸부림을 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이적이 가능한 대어들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EPL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빅4’클럽들이 어떤 구상으로 스페인의 강력한 도전에 대항할지 궁금해진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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