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우승하려면 아버지가 되라!

  • 입력 2009년 7월 9일 14시 05분


아버지가 되면 행운이 온다? 아니면 기저귀 변수?

영국의 골프전문지 골프월드에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아버지가 되라’는 이색 조언을 내놓아 화제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자를 예측하기 위해선 각종 기록 등을 따져보는 게 맞다. 그러나 최근의 결과를 살펴보면 결정적인 중요한 변수가 숨어 있다.

영국에서 스포츠 베팅사이트를 운영하는 케이스 엘리어트는 “최근 3년 간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선수들을 보면 모두 우승하기 전 아버지가 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 대다수가 아들을 낳았다는 사실이다.

필 미켈슨은 PGA 투어에서도 가장 가정인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유방암 아내 때문에 투어를 포기할 정도다.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던 미켈슨은 2004년 마스터스에서 처음 그린재킷을 입었다. 미켈슨은 1년 전 셋째인 아들 사무엘을 얻었다. 이후 미켈슨은 PGA챔피언십과 마스터스에서 한 차례씩 더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메이저 대회에 약하다는 징크스를 깼다.

2007년 마스터스 우승자 자크 존슨(미국)의 뒤에도 아들의 힘이 숨어 있었다. 그린재킷을 입었을 때 태어난 지 3개월 된 아이가 그를 반겼다.

이전까지 존슨은 2004년 벨사우스클래식에서 우승한 게 전부였다.

2008년 마스터스 우승으로 인생 역전에 성공한 트레버 이멜만(남아공) 역시 딱 1년 전에 아들 제이콥을 낳았다.

메이저 대회 우승은 아니지만 아들이 행운의 상징이 된 경우는 또 있다.

제프 오길비(호주)는 아들을 낳은 뒤 승승장구 중이다. 2006년 US오픈 챔피언 오길비는 2008년 1월 둘째 아들 야스퍼를 낳았다. 2개월 뒤 WGC CA챔피언십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도 메르세데스-벤츠 챔피언십과 WGC 엑센추어 매치플레이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타이거 우즈(미국)도 올 2월 아들 찰리 엑셀을 낳았다. 3월, 부상에서 복귀한 우즈는 이후 3승을 따내면서 ‘황제’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부 위클리는 작년 6월 아이덴을 낳았다. 3개월 후 위클리는 라이더컵에 출전했고 이 대회에서 신들린 활약을 펼치며 미국 팀 우승의 주역이 됐다.

호주 출신의 애런 배들리는 2008년 11월 아들 주엘을 낳았다. 베들리는 이후 단 한번도 컷 탈락한 적이 없다.

이안 폴터도 아들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해 마스터스가 개최되기 몇 주 전 셋째 아이를 낳은 폴터는 비록 그린재킷을 입지는 못했지만, 브리티시오픈과 라이더컵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도 아들 덕을 보고 있다. 2006년 일본에서 활동하던 양용은은 일본투어 산토리오픈과 한국오픈, 유러피언투어 HSBC챔피언스 우승까지 차지하며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다.

공교롭게도 8월에 셋째 아들 정민의 돌잔치를 마친 뒤에 생긴 일이다.

스포츠베팅 사이트 케이스 엘리어트는 “이런 현상을 ‘기저귀 변수(Nappy Factor)’라고 부른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선수에게 심리적 격려, 책임감, 행복감을 안겨 줘 게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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