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팀과 프로구단들이 ‘윈-윈’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낼 수 있을까.
대한축구협회는 10일 파주 NFC에서 기술위원회를 열고 허정무 감독(사진)으로부터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결과와 6월 남아공 현지답사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허 감독은 내년 1-2월 해외전지훈련기간 중 남아공 현지 적응 훈련을 요청했다.
이는 당초 3주간의 전훈기간을 1주일 연장해달라는 의미다. 허 감독은 전훈지로 스페인 남부,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두바이, 미국 LA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현재로선 유럽이 유력한 상황이다. 따라서 훈련기간은 유럽에서 3주, 남아공에서 1주일이 되는 셈이다. 이에 이회택 기술위원장은 “남아공이 고지대여서 적응할 기간이 필요하다. 기술위원회가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프로구단의 동의 없이는 공염불
하지만 이 위원장의 전폭적인 지원 약속만으로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프로구단들이 이를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 규정대로 하면 힘들다.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 10조 ‘훈련 보강기간’에 따르면, 월드컵, 올림픽 본선에 한하여 (대회가 열리는) 해당 해의 1, 2월 중에 3주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훈련 기간을 가질 수 있다. 전훈 기간이 3주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아울러 올해 11월 예정된 대표팀의 유럽 원정이 포스트시즌을 앞둔 K리그의 흥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나, 한해 농사를 좌우하는 동계훈련에 대표선수들이 빠지면 프로팀의 조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반발이 예상된다.
다만, 월드컵 특성상 대표팀 성적이 곧바로 프로리그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소속 선수의 가치 상승 및 축구계의 파이 증대, 또 2002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한국 사령탑이 지휘봉을 잡았다는 점 등은 프로구단이 양보할 수 있는 명분으로 충분하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공식적으로 이사회를 통해 풀어야할 문제”라면서 “K리그 구단에 무조건 양보만을 요구하기보다는 프로구단의 마지막 농사를 짓는 포스트 시즌의 일정을 감안해야 한다. 유럽 전훈을 다녀온 뒤 곧바로 K리그 포스트시즌이 시작된다”고 언급했다.
일정상 대표팀이 11월14일과 18일 유럽 원정에서 A매치를 갖고, 이어 곧바로 K리그 6강 PO가 21,22일 열린다. 그래서 대표선수들의 플레이오프 출전 자체가 불투명하다. 이는 협회가 K리그를 위해 양보해줄 수 있는 부분으로도 보인다.
프로구단의 협조 없이는 월드컵 16강을 이루기 힘들고, 프로리그의 원활한 운영 없이는 월드컵 16강의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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