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씨는 13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산이 어디 도망가는 거 아니다"라며 "등반은 산을 보고 음미하고, 체력도 보강한 다음에 여유 있게 해야 하는데, 1년에 8000m 3개 4개 목표를 두고 하니까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허 씨는 이번 사고가 경쟁적인 등반 때문에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씨는 오은선 씨(43·블랙야크)와 '여성 최초 히말라야 8000m급 고봉 14좌 완등'을 향해 선의의 경쟁을 벌여왔다. 오씨는 12개째, 고씨는 11개째 8000m급 완등을 했다.
허 씨는 "우리나라에서 오 씨가 등반을 일찍 시작했고 고 씨는 나중에 뛰어들어 열심히 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8000m를 다 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긴 것 같다"며 "마칼루 등반, 이번에 낭가파르밧 등반 다음에 또 다른 등정, 세 개의 봉우리를 연속적으로 등반한다는 계획을 갖고 낭가파르밧 정상에 갔다 내려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려오다가 탈진을 하게 되면 술 취한 것처럼 제대로 못 걷고 중심을 잡지 못하게 된다"며 "등반을 스포츠처럼 경쟁적으로 하다 보면 거기에 따른 무리라는 게 있다. 거기에 자연의 힘에 걸려들면 사람이 꼼짝을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등반의 목적은 집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고, 베이스캠프까지 내려왔다고 하더라도 등반이 끝난 게 아니다"라며 "등산은 언제나 안전이 제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