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씨(43·블랙야크·사진)가 슬픔을 딛고 다시 히말라야를 오른다.
오 씨의 후원업체인 블랙야크는 23일 “파키스탄에 머물고 있는 오 씨가 전화를 걸어와 내일 히말라야 가셰르브룸Ⅰ(해발 8080m)을 향해 출발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오 씨는 “반드시 정상에 오르고 싶지만 가셰르브룸Ⅰ이 나를 받아줄 수 있는 만큼만 순응하며 오르겠다. 무엇보다 안전한 산행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오 씨는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8126m) 정상 정복 뒤 11일 가셰르브룸Ⅰ 등정을 위해 이동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동료 산악인 고미영 씨가 이날 하산 도중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등정을 미루고 고 씨의 구조 작업을 도와왔다.
고 씨가 결국 숨진 채 발견되고 한국으로 운구된 뒤 오 씨는 파키스탄 스카루드에 머물며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휴식을 취했다. 일부에서는 오 씨가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 완등을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오 씨는 가셰르브룸Ⅰ 등정에 나서는 것이 숨진 고 씨의 뜻을 받드는 길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고 씨의 유가족은 고 씨가 오르지 못한 가셰르브룸Ⅰ과 안나푸르나(8091m) 정상에 오 씨가 고인의 유해를 뿌려주길 원했다.
비록 이번에 고 씨의 유해를 가져가지는 못하지만 오 씨의 가셰르브룸Ⅰ 정상 정복 여부는 8월 3∼5일쯤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등정에 성공하면 오 씨는 14좌 완등에 안나푸르나 한 봉우리만을 남겨두게 된다. 현재 8000m 이상 12개 봉을 오른 여성 산악인은 오 씨를 비롯해 게를린데 칼텐브루너(오스트리아), 에두르네 파사반 씨(스페인) 등 3명이다. 칼텐부르너와 파사반 씨는 8월 이후 등정을 시작할 것으로 보여 여성 산악인 최초의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 완등은 오 씨가 가장 유력하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