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한국시간) 조직위 한 관계자는 “준비할 사안이 산적해 있는데 어찌 그리 태평한지 답답해서 혼났다.
금요일 오후 5시 이후부터 주말까지 휴대폰은 아예 꺼 놓는다. 업무를 진행할 때도 툭하면 ‘마냐나’를 반복했는데, 우린 정말 ‘내일 오라’는 뜻으로 생각하고 다음날 찾아가면 또 ‘마냐나’를 언급했다. ‘내일’이 ‘영원히’의 부정적 뜻이 될 수도 있음을 스페인 생활 1년 만에 조금 알게 됐다”고 멋쩍게 웃었다.
사실‘정열과 태양의 나라’스페인 국민들은 천성이 느긋하기로 알려져 있다. 경제 위기로 온 지구촌이 흔들리지만 한참 여유를 즐긴 뒤 밤 10시 넘어서야 저녁 식사를 하고, 새벽 2시를 넘겨 잠자리에 든다. 전체 실업률 20%%와 20대 실업률 40%%가 상징하는 경제 지표는 그들의 생활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 많이 사라졌다지만 여전히 오후 2시-5시 사이에 낮잠을 즐기는 ‘시에스타(la siesta)’ 전통이 유지되는 것도 썩 놀라운 일은 아니다.
대회 준비에 차질을 빚은 것도 당연지사. 레알 마드리드처럼 ‘전국구 클럽’은 TV 영상 광고도 제작하고, 홍보에 열을 올리는 등 나름 성의를 보이지만 스페인 특유의 ‘만만디(무사태평함을 일컫는 중국어)’에 조직위는 손발을 들어버렸다. 티켓 문제도 비슷하다. 15유로(3만원)부터 100유로(20만원)까지 20여 가격대로 구분된 입장권이 생각보다 잘 팔리지 않아 조직위가 한숨을 쉬고 있으면 스페인 축구계는 “걱정마. 잘 될거야”라고 오히려 안심시킨다고. 피스컵 관계자는 “시즌 티켓이 활성화된 영국, 독일과는 달리 스페인은 경기가 임박한 뒤 표가 매진되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을 비춰볼 때 30-40%% 예매율은 대단히 높은 편”이라고 애써 자위했다.
세비야(스페인)|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