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아이콘은 누가 뭐래도 해운대와 사직구장이다. 또한 주인공 설경구가 맡은 최만식 캐릭터는 전형적인 경상도 스타일이 아니라 정말 부산 스타일이다. 무뚝뚝하면서 다혈질이고 게다가 폭발형 기질까지. 같은 경상도지만 대구 출신의 필자에게는 이질적이다. 직장 때문에 6년 전 부산으로 왔을 때만하더라도 이 도시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사직의 ‘광적인 풍경’은 30년 이상, 나름 전 세계 야구장을 드나들던 필자에게도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영화 해운대에서 설경구가 사직구장 응원 후 집에 돌아와서 술에 취한 채, 잔소리하는 엄마보고 하는 말, “우리는 부산에서 태어나서, 롯데 우승을 위해 이 한 목숨 다 바쳐야지예….” 사실 그건 영화가 아니라 오늘도 이곳 부산에서 벌어지는 일상이다. 삶 속에 배어 있는 익숙함. 부산에서 어제 롯데가 이겼는지 물어보는 것은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다. 롯데 야구 팬덤의 두께와 깊이는 바로 일상성에서 출발한다.
프로스포츠에서 팀과 팬의 관계를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구분이 된다. 팀의 강력한 아우라에 팬들이 끌린 경우와, 팬의 아우라가 팀을 끌고 가는 경우이다. 뉴욕 양키스, 요미우리 자이언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최고의 명문 팀은 대개 팀의 아우라에 매료된 팬들이 기꺼이 뜨거운 충성심을 보이는 경우에 해당된다. 이와 달리 한신 타이거스나 리버풀의 팬들은 팀의 명성을 압도하는 강렬한 팬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절정에 롯데의 팬이 있다. 롯데 같은 경우 팀의 팬이 아니라 팬의 팀이라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 사직구장에서는 경기를 감상하기 위해 관중이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경기를 이끌어 간다. 야구의 주체인 팬들이 끊임없이 요구하는 내용을 롯데 선수들이 구현하고자 하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래서 그들의 응원은 감탄과 탄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강한 주체성으로 나타나는 것인지 모른다.
지리적 제약으로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보지 못하고 사직에서 경기를 보고 있자면 어쩔 수 없이 이방인의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래도 부산 팬들의 응원은 언제나 감동을 선사한다. 부산의 지인들은 이야기한다. “뉴욕부터, 베트남 사이공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불문하고 부산사람들이 모여 싸우지 않고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롯데야구와 해운대에 대한 추억이라고….” ‘공놀이’에 지나지 않는 야구가 문화적 현상으로 발현되는 곳이 부산이다. 극히 일부분이지만 영화 해운대는 부산에서 야구가 갖고 있는 문화적 힘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지역에 밀착하여 한 사람의 인생에 추억을 남기는 일, 그것이 프로야구가 지향해야할 ‘최고의 선’이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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