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마지막 1500m서 명예회복 할까

  • 입력 2009년 7월 28일 16시 22분


믿었던 400m와 200m에서 충격의 탈락 통지서를 받아든 박태환(20.단국대)이 장거리 1500m에서 명예회복에 나선다.

박태환은 오는 8월 1일 오후 이탈리아 로마 더 포로 이탈리코 콤플렉스에서 열릴 2009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 1500m 예선에 출전한다.

박태환에게 1500m는 마지막 남은 희망이나 다름없다.

박태환은 전날 200m 예선에서 1분46초53으로 터치패드를 찍어 조 3위, 전체 8위를 기록해 준결선에 진출했으나, 약 9시간 뒤 펼쳐진 준결선에서 1분46초68로 조 5위에 올라 8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에 앞서 지난 26일에는 자신의 주 종목인 400m에서 예선탈락하며 대회 2연패의 꿈이 물거품으로 변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기록(3분41초86)에 4초 이상 뒤지는 기록 또한 실망스러웠다.

두 차례나 좌절을 맛봤지만, 박태환은 최근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는 1500m에 승부를 던질 태세.

박태환은 1월초 미국으로 건너가 수영 중장거리의 독보적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데이브 살로 코치(48)에게 조련을 받았다. 당시 중점을 둔 훈련은 1500m였고, 지구력과 턴·돌핀킥 등도 집중 보완했다.

4월 중순 또다시 4주간의 미국전지훈련을 떠났던 박태환은 그간 훈련의 성과를 시험했다. 결과는 대만족. 자넷 에반스 인비테이셔널 수영대회(JEI)에 출전해 1500m에서 우사마 멜룰리(튀니지)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강한 자신감을 얻었다.

박태환은 세계선수권을 위한 출국 전 인터뷰에서도 “가장 욕심나는 종목은 1500m이다. 내 최고기록을 넘어 아시아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장린(중국)을 무너뜨리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렇지만 박태환의 희망과 달리 현실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박태환은 올해 미국전지훈련 중 출전했던 자넷 에반스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14분대(14분57초06)의 벽을 허물었다. 그럼에도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를 때 세운 자신의 최고기록 14분55초03을 갈아치우지 못하고 있으며, 세계기록과는 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반면 경쟁자들은 꾸준히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1500m에서 박태환과 엎치락뒤치락하며 경쟁해온 장린(중국)은 올해 4월 중국선수권에서 14분47초51로 올시즌 기록랭킹 1위에 올라있다. 장린의 최고기록은 베이징올림픽에서 세운 14분45초84.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멜루리 역시 박태환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 중 한 명이다. 멜루리는 이번 대회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빠른 14분40초84을 기록을 가지고 있다. 올해 기록도 14분55초42로 4위에 올라 있다.

다시 말해, 기록상으로는 박태환의 메달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게다가 200m와 400m에서 드러났듯이 워낙 몸 상태가 좋지 않고 여러 악재에 휘둘리며 자신감마저 땅바닥으로 떨어진 상태. 자신의 최고기록을 깰 수 있을지의 여부도 불투명하다.

예기치 못한 위기에 몰린 한국수영의 자존심 박태환. 마지막 남은 1500m에서 부활해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 지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아닷컴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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