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정보명(29)은 스스로 “프로야구에서 가장 고된 타자는 나”라고 얘기한다.
로이스터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에 따라 우투수 등판시 개점 휴업이 되고, 기껏해야 대수비 요원으로 그라운드에 설 뿐. 좌타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롯데 외야 자원 중 오른손 타자란 희귀성으로 왼손 투수 등판 때만 선발 출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유독 올 시즌 ‘좌완 에이스’들이 힘을 쓰는 현실이라 그것도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내 인생은 피곤하다”고 말하는 것도 그래서다.
‘고된 남자’ 정보명은 29일 사직 KIA전 역시 상대 선발이 왼손 양현종이라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그는 ‘좌완 킬러’ 역할을 기대한 로이스터 감독의 바람에 한치의 모자람도 없었다. 홀로 4타점을 쓸어담으며 또 한번 맞춤형 출장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정보명은 1-0으로 앞선 4회 무사 만루에서 양현종으로부터 싹쓸이 좌월 2루타를 때려냈다. 경기 초반 팽팽하던 흐름은 그의 2루타 한방으로 롯데쪽으로 단번에 기울었다.
홈 송구 순간을 틈타 3루까지 욕심을 내다 횡사했지만 스탠드를 가득 채운 롯데 팬들은 그의 ‘싹쓸이 2루타’에 기립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 뿐 아니었다. 5회 또다시 맞은 1사 만루 찬스에서는 상대 두 번째 투수 임준혁으로부터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 추가 타점까지 보탰다. 한 경기 4타점은 올 시즌 개인 최다이자 2003년 신고선수로 데뷔한 이후 한 경기 개인최다타점 타이.
정보명은 4회 3타점 2루타에 대해 “희생플라이를 노린다는 생각으로 쳤는데 타구가 쭉 뻗어 갔다”며 “왼손 투수를 상대로만 출장하면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일 출전을 하지 못해 타석에 들어서면 공도 더 빨라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방망이를 짧게 잡고 친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올 시즌 처음으로 외야수로 뛰며 3루 포지션도 소화하고 있는 그는 “대학 때 외야를 봐서 수비에 대한 큰 부담은 없다. 이제는 내야 수비가 더 부담이 될 정도”라고 덧붙였다. ‘고된 남자’답지 않게 오랜만에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사직|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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