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스페인 세비야의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 경기장. 2009 피스컵 안달루시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유벤투스(이탈리아)의 준결승 경기 전 추모 음악이 흘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델 피에로(유벤투스) 등 양 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경기장을 찾은 3만여 명의 관중도 자리에서 일어나 묵념했다.
7월 31일 암으로 숨진 잉글랜드 축구계의 대부 보비 롭슨(76)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였다. 30일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터진 폭탄 테러로 숨진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일정에 없던 이 행사는 경기 직전 한 사람의 지시로 준비됐다. 행사를 기획한 주인공은 플로리안 카마레나 씨(42·사진). 피스컵 코디네이터인 그를 1일 오후 세비야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카마레나 씨의 직함은 유럽축구연맹(UEFA) 경기위원 및 스페인 왕립축구협회 국제협력부장. 피스컵에선 경기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다. 경기 코디네이터는 경기에 관련된 모든 일을 담당한다. 선수단 경호부터 경기장 상태 점검, 경기장에 흐르는 음악 선정까지 모두 그의 몫이다. 경기 일정 조정과 경기장 선정 등도 그의 손을 거친다. 카마레나 씨는 “감독이 경기장 안의 대통령이라면 경기 코디네이터는 경기장 밖의 대통령이다”라며 웃었다.
그에게 훌륭한 경기 코디네이터가 되는 비법을 물었더니 “축구에 대한 애정만 넘치면 된다”는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그의 수첩을 보니 그리 간단치 않아 보였다. 하루 일정이 새벽부터 밤까지 분 단위로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세비야=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