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출전 시간도 줄어들었다. 은퇴를 선언했다. 며칠간 숙소를 떠나 밖에서 지냈다.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방황했다. 그는 당시 심정에 대해 묻자 눈시울을 붉히며 잠시 뜸을 들인 뒤 힘겹게 말했다.
“죽고 싶었어요. 무슨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정말 답답했어요.”
프로배구 삼성화재 레프트 이형두(29)는 2002년 삼성화재에 입단해 2003년 태극마크를 달며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신진식을 이을 차세대 왼쪽 공격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006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목뼈와 척추를 다쳤다. 수술과 재활의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연습해도 예전만큼의 실력과 감각이 돌아오지 않았다. 자존심이 강했던 그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리고 은퇴를 결심했다.
2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IBK 기업은행 국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에서 삼성화재는 접전 끝에 현대캐피탈을 3-2(19-25, 30-28, 26-24, 21-25, 16-14)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삼성화재 장병철은 32점을 올리며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18점)은 바로 이형두가 올렸다. 그는 신치용 감독과의 면담 끝에 이번 대회에서 복귀했다. 매 경기 고른 득점을 올리며 팀의 우승을 도왔다. 그는 경기 뒤 “코트에서 다시 뛰는 것이 이렇게 행복할 줄 몰랐다”며 활짝 웃었다.
아직 그의 몸이 완벽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인터뷰를 할 때도 유난히 뻣뻣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는 “아직도 경기할 때 찌릿찌릿 아프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는 이형두는 “시즌마다 뭔가 보여준다고 했는데 그동안 보여준 것이 없는 것 같다. 올해는 코트에서 경기하는 것만이라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여자부에선 톈진(중국)이 현대건설을 3-2(20-25, 21-25, 26-24, 25-21, 15-11)로 꺾고 우승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1만109명의 관중이 찾아 프로 출범 5년 만에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부산=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