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새벽(한국시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경영대표팀 노민상(53) 감독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7세 때부터 친자식처럼 보살펴 본 제자의 추락. 노 감독은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현실이 더 가슴 아프다”고 했다.
벌써 9개월 전의 일이다. 노 감독은 “이대로 가면 큰 일”이라며 박태환을 염려했다. SK텔레콤 전담팀과 대표팀 사이의 이중생활. 전담팀은 “잘 되고 있다”고 했지만 14년 스승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노 감독에게는 이미 권력화 되어 있는 전담팀의 행보에 딴죽을 걸 만한 힘이 없었다. “상황이 어찌 됐든 간에 저도 방관자였던 것 같아요. 큰 책임을 느낍니다. 누구하나 그 아이를 위해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하는데…. 저부터 반성을 해야지요.”
SK텔레콤스포츠단은 대표팀 귀국 이후, 수영연맹과 협의 하에 박태환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발표할 계획이다. 전담코치 선임이든 태릉선수촌 완전 입촌이든, 경영대표팀의 수장인 노 감독을 배제할 수는 없다. 노 감독은 박태환과 가장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지도자임과 동시에, 2006도하아시안게임 3관왕,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 성적으로 검증된 지도자다.
노 감독은 “일단, (박)태환이 마음을 추슬러 훈련 량부터 잡아가는 것이 먼저”라면서 “(박)태환이에게 너와 나 모두 처음으로 돌아가자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올림픽 때처럼 체육과학연구원(KISS)의 도움은 필수. 노 감독은 귀국 후 체력테스트를 통해 박태환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뒤, 단기적으로는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장기적으로는 2012런던올림픽을 대비할 계획이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관련기사]박태환 “나 돌아갈래, 중학교 시절로”
[관련기사]최첨단 수영복 내년부터 못입는다
[관련기사]수영 중장거리도 스피드 지구력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