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정민태 코치가 2일 은퇴식을 했다. 1992년 태평양에 입단해 다승왕 세 번, 골든글러브 세 번,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에 두 번 뽑혔던 그였지만 은퇴식은 포기하고 있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난해 KIA로 팀을 옮긴 뒤 은퇴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는 누구나 화려한 은퇴 무대를 꿈꾼다. 하지만 제 아무리 스타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은퇴 무대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은퇴경기를 한 선수는 1989년 윤동균(OB)을 시작으로 2006년 서용빈, 김정민(이상 LG)까지 12명뿐이다. 이 가운데 팀을 옮긴 선수는 김광림(OB→쌍방울) 두산 코치가 유일하다. 은퇴경기 대신 은퇴식을 한 선수도 20여 명에 불과하다. 최동원(롯데→삼성), 장효조 김시진(이상 삼성→롯데), 이상훈(LG→SK) 등은 당대 최고의 선수였지만 쓸쓸히 그라운드를 떠났다.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는 지난해 말 정민태 코치를 영입할 때부터 그의 은퇴 무대를 생각했다. 올 시즌 초 일정을 잡고도 팀 성적이 좋지 않아 시기를 늦췄지만 더 미룰 수가 없었다. 이 대표는 “현역 선수로서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지는 않았지만 프로야구에 획을 그은 선수에게 정리하는 무대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에 정 코치는 “나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평생직장은 옛날 얘기다. 자유계약선수(FA) 제도 도입 이후 프로야구의 프랜차이즈 스타는 줄고 있다. 은퇴시기를 놓치면 언제 짐을 쌀지 모른다. 히어로즈의 ‘정민태 은퇴식’은 그래서 더 돋보였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