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필드에 ‘슈퍼 맘 신드롬’이 일고 있다.
그 주인공은 3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 챔피언 캐트리오나 매슈(40·스코틀랜드). 25일 마흔 살 생일을 맞는 그는 5월 둘째 딸 출산 후 11주 만에 생애 첫 메이저 트로피를 안았다. 매슈는 1994년 그레임 매슈와 결혼한 후 2007년 첫딸을 낳은 두 딸의 엄마. 캐디를 맡은 남편과 기쁨의 포옹을 나누는 그의 주름진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흘렀다.
○ ‘엄마 골퍼’ 세번째 메이저 챔프
매슈는 “이번 대회 목표는 그저 컷 통과였다”고 말했다. 출산 후 5주 만에 다시 골프채를 잡았지만 훈련량이 부족했고 지난주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숙소 화재 사건으로 남편이 가벼운 화상을 입는 사고까지 겪었기 때문. 마음을 비웠더니 오히려 일이 술술 풀렸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에게 링크스코스는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인내심이 요구되는 코스에서 그는 무리한 공략을 자제했다. 매슈는 4라운드 중반 공동 선두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노련미로 극복했다. 1960년 이후 메이저 챔피언이 된 ‘엄마 골퍼’는 낸시 로페즈와 줄리 잉크스터(이상 미국)에 이어 매슈가 세 번째다.
○ 한희원-박희정 등 한국선수도 활약
LPGA에 따르면 올 시즌 등록된 엄마 골퍼는 32명. 이들의 자녀는 모두 47명이다. 한국 선수 중에는 한희원(휠라코리아)이 2007년 야구선수 출신 남편 손혁과의 사이에 아들을 낳았으며 박희정은 6월 아들을 출산했다.
김미현은 유도 스타 이원희와 결혼 후 11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 LPGA 측은 대회 때마다 전문 보모와 보육 시설을 마련해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19세와 15세의 두 딸을 둔 잉크스터는 “결혼 후 가족과는 2주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아이들의 취학 전에는 늘 투어를 같이 다녔다”고 말했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투어 시드를 갖고 있는 선수 120여 명 중 기혼자는 서예선(하이마트) 이주은 조윤희 등 4명뿐이다.
이 중 엄마 골퍼는 서예선이 유일하고 이주은은 임신 5개월이다. 국내 여건이 결혼과 운동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1998년 KLPGA투어 오필여자오픈에서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우승했던 박성자(44)는 “당시 외환위기 때여서 한 달 생활비라도 벌려고 만삭임에도 출전했다. 결혼하고 아이까지 있으면 스폰서 찾기가 힘든데 주변의 도움 없이는 투어 생활이 힘들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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