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로 왔다 10골을 넣었다 다음엔 대표다!

  • 입력 2009년 8월 5일 02시 56분


■ N리그출신 강원FC 김영후

“최순호 감독은 은인
4년간 함께 있다 보니
표정만 봐도 다 알아요”

티셔츠 사이로 목과 가슴 부문에 손톱에 긁힌 듯한 상처가 선명히 보였다. 무슨 상처냐고 묻자 “수비수와 몸싸움하다 생겼다. 경기가 끝나고 보면 여기저기 상처투성이”라며 웃었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에서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히는 강원 FC 공격수 김영후(26). 그는 현재 10골(3위), 5도움(7위)으로 공격 포인트 1위(15포인트)를 달리고 있다.

놀라운 성적이다. 그는 내셔널리그(N리그) 출신이다. 이 때문에 그의 이름 앞에는 ‘중고 신인’이라는 말이 붙는다. 그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업 울산미포조선에서 뛰었다. N리그에서 그는 최고의 스타였다. 2008년 31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다. 8경기 연속 득점, 한 경기 7골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올해 강원이 창단하며 당시 미포조선의 최순호 감독과 함께 K리그에 진출했다. 주위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N리그 출신이 K리그에서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K리그에서 제 실력이 통할까 걱정했어요. 부담이 컸어요. 제가 잘해야지 N리그 후배들이 K리그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잖아요.”

몸의 상처가 말해주듯 K리그의 적응은 쉽지 않았다. 데뷔전부터 5경기에서 한 골도 뽑지 못했다. “힘들었어요. 경기 템포도 빠르고 수비수를 제치는 것도 어려웠어요. 처음엔 적응이 안 됐죠.” 우선 욕심을 버렸다. 체중을 줄이고 몸도 새로 만들었다. 6경기 만에 마수걸이 골을 터뜨렸다. “올해 10골이 목표였어요. 벌써 목표를 달성해 놀랐어요.” 그의 다음 목표는 태극마크. “사실 이번 대표팀 발표 때 약간 기대를 했어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죠. 더 경험을 쌓은 뒤 도전해야죠.”

이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팬들을 위한 사인도 만들었다. 4개월 동안 인터뷰가 N리그 3년간 인터뷰 횟수의 10배가 넘었다. 수십 명 앞에서 경기를 하다 수만 명 앞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하루하루가 즐겁다. “최 감독님을 만나지 못했으면 이 자리에 없었겠죠. 은인 같은 분이에요. 4년간 함께 있다 보니 이제 표정만 봐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게 됐죠.”

한일 프로축구 올스타전인 조모컵(8일·인천월드컵경기장)에 출전하는 그는 5일 소집돼 3박 4일 합숙에 들어간다. “올스타팀 내에 아는 선수가 한 명도 없어서 어색할 것 같아요. 이번 기회에 K리그 선수들과 친해져야겠죠?”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김영후는 누구?::

△1983년 3월 11일생 △키 183cm, 몸무게 79kg △관악초-중앙대 부속중-보인고-숭실대 △전 소속팀=울산미포조선(N리그) △소속팀=강원 FC(K리그) △프로 데뷔=2009년 3월 8일 제주 유나이티드전 △수상 경력=2006년 내셔널리그 신인왕-득점왕, 2007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 2008년 내셔널리그 득점왕 △별명=영푸(영후와 쿵푸를 섞어서) △취미=인터넷 게임 △좋아하는 선수=뤼트 판 니스텔로이(레알 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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