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수영 승마 사격 육상
하루만에 모두 겨루는 경기
청소년-유소년 잇단 金쾌거
선배들도 “이번에는 꼭 입상”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국군체육부대 사격훈련장. 뙤약볕 아래에서 20m를 전력 질주한 그들은 바로 총을 잡았다. 과녁에 맞았다는 파란 불이 다섯 개 들어오면 이내 총을 내려놓고 뛰어갔다. 1000m 코스를 달린 그들은 다시 총을 잡았다. 다섯 발 명중 후 또 달리기. 이렇게 세 번을 반복한 후에야 비로소 땀방울을 닦아냈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체력과 집중력이 필요해 보였다. 그들은 새벽에는 헤엄을 쳤고 아침에는 말을 탔으며 사격 직전에는 가느다란 칼로 서로의 가슴을 겨눴다. 이들은 바로 최강의 만능 스포츠맨을 꿈꾸는 근대5종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근대5종 홍보 좀 잘해주세요.” 수다쟁이로 대표팀 분위기 메이커인 양수진(21·여)은 “근대5종 선수라고 하니까 사이클 타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며 웃었다. 근대5종은 펜싱, 수영, 승마, 사격, 육상을 하루 동안 하는 운동이다.
근대5종이 어떤 종목으로 구성됐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지만 한국 근대5종은 어느덧 세계 정상권으로 성장했다. 지난달 대만 가오슝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21세 이하)에서 한국은 남자 개인과 단체, 계주와 혼성 계주에서 우승했다. 7개의 금메달 중 4개를 한국이 휩쓸자 러시아 등 근대5종 강국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한국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개최된 세계유소년선수권대회(18세 이하)에서도 남자 단체와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근대5종연맹은 “1982년 연맹 출범 후 후원사인 대한주택공사와 지도자들이 30년 가깝게 기울인 노력이 이제 빛을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성인 대표팀이 출전하는 세계선수권대회는 11일부터 영국 런던에서 열린다. 6일 출국하는 대표팀 에이스 이춘헌(29)과 남동훈(25)은 “후배들이 워낙 잘해서 조금 부담되기도 하지만 기세를 몰아 꼭 입상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현재 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400여 명. 한 종목만 잘하기도 쉽지 않은데 이들은 왜 다섯 종목을 다 하겠다고 뛰어들었을까. 양수진은 “종목을 하나하나 정복하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한국 근대5종은 아시아에서는 정상권이지만 아직 올림픽 메달은 없다. 1년에 절반 가까이를 합숙 훈련에 매진하는 성인과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의 눈은 이제 2012년 런던 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한국 만능 전사(戰士)들의 세계 정복은 현재 진행형이다.
성남=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