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가까이 실과 바늘처럼 붙어 다니다 보니 어느새 친형제처럼 가까워졌다. 남자 농구대표팀의 혼혈 콤비 김민수(27·SK)와 이동준(29·오리온스).
대표팀 훈련이 시작된 5월부터 이들은 자연스럽게 함께 다니게 됐다. 김민수는 아르헨티나에서, 이동준은 미국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어머니의 나라에 건너와 고생 끝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포지션도 센터 겸 포워드로 같다. 김민수는 3형제 중 막내이고 이동준은 농구선수 이승준(삼성)의 동생이다. 지난달 대만 존스컵에 출전했을 때는 호텔에서 제공된 음식을 먹고 둘 다 식중독으로 고생하기도 했다.
6일 중국 톈진에서 개막되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이들은 처음 룸메이트가 됐다. 김민수는 “서로 의지하다 보니 편하게 지내고 있다. 농구 얘기도 나누고 밤에는 야식도 같이 사먹는다”고 말했다.
김민수와 이동준은 올 들어 일이 술술 풀리고 있다. 2월 처음으로 올스타 팬 투표를 통해 베스트 5에 뽑힌 데 이어 대표팀에서도 탄탄한 실력을 펼치고 있다. 김민수는 6월 동아시아선수권과 존스컵을 거치며 어느덧 대표팀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존스컵에서 6경기를 치르는 동안 평균 16.8득점, 8.3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올스타전에서 최우수선수로 뽑혔던 이동준은 김주성(동부)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대표팀에 막차로 탑승해 수비와 리바운드 같은 궂은일을 도맡았다.
대표팀 허재 감독은 키가 큰 중동 팀들과 맞서야 할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 김민수와 이동준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은 하승진(223cm)의 가세에 따라 외곽까지 활동 반경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에서 3위 이내에 들면 내년 터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김민수와 이동준은 “세계선수권 출전은 물론이고 우승까지 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 보겠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