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김승현(오리온스)은 축구경기 때도 스타다. 현란한 드리블로 득점왕은 그의 차지다. 감독과 동료들은 “축구 선수로 나가도 잘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김승현은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축구 선수였다. 축구부가 없는 초등학교로 전학하면서 농구를 하게 됐다. 만약 김승현이 축구를 계속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축구 선수 김승현’이란 상상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스포츠 스타들의 전직을 알아봤다. ○ 쇼트트랙 조원희, 역도 최경주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거 조원희(위건)는 초등학교 시절 쇼트트랙 유망주였다. 그의 굵은 허벅지와 폭발적인 스피드는 스케이트 선수 출신임을 잘 보여준다. 최근 대표팀에 승선한 이동국(전북)은 초등학교 때 100m, 200m 육상 선수였다. 안정환(다롄)도 육상 단거리 선수였다. 골프에서 전직 사례는 많다. 박세리는 초등학교 때 포환을 던졌다. 박지은은 초등학교 시절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다. 조윤주는 실업팀 KCC의 핸드볼 선수였다가 2005년 프로에 입문했다. 최경주는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역도를 하다 골프로 전향했다. 양용은도 보디빌더를 꿈꾸다 부상한 뒤 골퍼의 길로 접어들었다. 프로농구 서장훈(전자랜드)은 중학교 때까지 야구 선수였다. 격투기 선수인 추성훈과 최홍만은 각각 유도와 씨름에서 정상에 올랐다. ○ 소렌스탐은 만능스포츠 유망주 외국 선수들의 전직 사례도 많다. 미국프로농구의 ‘걸어 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중국)은 수구 선수였다. 하지만 다리가 풀 바닥에 닿을 정도로 키가 계속 자라면서 수구를 포기해야 했다. 수구 규정상 선수는 항상 물 위에 떠 있어야 한다.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어려서부터 만능 스포츠 유망주였다. 유소년 국가대표 탁구 선수로 활동한 그는 핸드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소렌스탐이 골프로 전향하자 스웨덴 여자 핸드볼계가 아쉬워했다고 한다. 축구 선수 크리스티안 비에리(이탈리아)는 헤비급 복싱 선수였다.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와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는 전직 육상 선수. 앙리는 400m 허들, 피구는 단거리 유망주였다. 이동국 - 안정환은 단거리 선수 박지은은 스피드스케이팅 출신 中 야오밍 키 너무 커 수구포기 伊 축구 비에리는 헤비급 복서 ○ 기초 종목 육상에서 전환 많아 다른 종목으로의 전환은 어렸을 때 주로 이루어진다. 특히 육상에서의 전직이 활발한 편이다. 육상은 모든 운동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는 “국가대표 중 10% 정도가 육상에서 타 종목으로 전환한 선수다”라고 말했다. 특이한 것은 골프 선수로의 변신이 많다는 것. 골프는 상대적으로 다른 종목에 비해 선수 수명이 길고 근력과 스피드보다 기술이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늦게 입문해도 성공 가능성이 큰 편이다. 성 박사는 “종목 전환은 비슷한 종목끼리 많이 이루어진다. 쓰는 근육이 다른 종목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