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갚은 가르시아.’ 흥부는 다리 부러진 제비를 구해줬다.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5월 무렵까지 ‘강림신’에서 ‘갈풍기’로 전락, 퇴출설에 휘말렸던 가르시아를 끝까지 보듬었다.
완쾌된 제비는 흥부네 집에 보물이 들어있는 박을 물어왔다. 지난해 타점왕(111점)의 위력을 되찾기 시작한 가르시아도 롯데의 4위 탈환이 걸렸던 7일 삼성전에서 결승 2점 홈런으로 보은했다.
마침 사직구장을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찾았다. 신 부회장은 작년 잠실에서 롯데 경기를 관람한 적은 있었지만 사직에서는 첫 관전. 로이스터 감독 영입에 막후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신 부회장은 7일 롯데의 7-4 완승을 끝까지 지켜봤다. 주홍색 비닐봉지를 머리에 끼고, 2만6161명 부산 팬들과 같은 마음으로 응원했다.
어쩌면 로이스터의 운명이 요동칠 일전에서 가르시아는 1-1로 맞서던 3회 2사 1루에서 삼성 배영수의 체인지업(시속 133km)을 잡아당겨 우측 펜스(120m)를 넘겼다. 시즌 19호. 흐름을 탄 롯데는 5회 2점을 더 달아나 배영수를 무너뜨렸다.
로이스터 감독은 경기 전 “롯데가 잘 하고 있기에 자랑스러워서 신 부회장이 사직까지 찾은 것이라 생각한다. (단지 오늘 승패를 떠나서) 그동안 우리가 할 바를 잘 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신 부회장 눈앞에서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기회를 가르시아 덕분에 완벽히 살린 것도 자명했다.
야구계엔 그룹 최고위 인사가 구장에 왔을 때, 승률이 아주 좋거나 아주 나쁜 징크스가 있다. 일례로 삼성 이학수 전 부회장과 SK 최태원 회장은 승률이 굉장히 높다. 그 반대 경우엔 CEO가 일부러 야구장 방문을 삼가기도 한다. 신 부회장은 일단 ‘승리 조’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선발 송승준의 6이닝 2실점 11승(5패)투. 박종윤의 생애 최다인 3타점(시즌 2호 홈런 포함)까지 어우러진 롯데는 7-4로 승리, 하루만에 4위를 탈환했다. 최근 3연패와 사직 4연패도 동시에 탈출했다. 또 2년 연속 100만 홈 관중도 초읽기(7일까지 98만4359명)에 돌입했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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