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이치로와 로저 매리스 고의 4구

  • 입력 2009년 8월 9일 21시 29분


고의4구는 영어로 ‘Intentional walks’다. 강타자들의 전유물이다. 상대 감독 입장에서는 잘 맞고 있는 타자와 정면승부를 피하고 다음 타자와 대결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내셔널리그에서는 8번타자도 종종 고의4구를 얻는다. 타격이 상대적으로 약한 다음 타자인 투수와 대결하기 위해서다.

톱타자의 경우 투수들이 고의4구를 자주 허용하지 않는다. 대부분 정면승부를 택한다. 그런데 예외인 타자가 있다. 바로 시애틀 매리너스 스즈키 이치로다. 올 시즌 현재 고의4구 11개로 아메리칸리그 선두다. 내셔널리그에서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앨버트 푸홀스가 36개로 메이저리그 최다 고의4구를 기록 중이다. 푸홀스는 워낙 강타자인 터라 정면승부를 피하는 게 오히려 훨씬 낫다. 결국 세인트루이스는 푸홀스를 보호하기 위해서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맷 할러데이를 오클랜드에서 영입한 것이다.

메이저리그에 2001년 데뷔한 이치로는 통산 138개의 고의4구를 얻었다. 톱타자로서는 매우 높은 수치다. 다른 톱타자들은 이렇게 많은 고의4구를 얻지 못한다. 이 부분 톱은 단연 배리 본즈다. 2004년 무려 120개의 고의4구를 얻었다. 그럼에도 45개의 홈런을 때린 적이 있다. 2001년 한 시즌 최다 73개의 홈런을 기록했을 때는 고의4구가 35개에 불과했다. 정면승부하다가 홈런을 얻어맞은 셈이다.

역대 기록에서도 본즈는 688개로 메이저리그 최다 고의4구를 기록했다. 본즈 전 최다 홈런(755개)을 작성했던 행크 애런은 통산 고의4구가 293개에 불과하다. 본즈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한 시즌에 한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는 이치로가 시즌 평균 15개의 고의4구를 얻은 반면 홈런타자가 단 1개의 고의4구도 얻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다. 바로 1961년 뉴욕 양키스의 슬러거 로저 매리스가 주인공이다. 매리스는 1961년 한 시즌에 무려 61개의 홈런으로 베이브 루스의 시즌 최다 60홈런을 경신한 강타자였다. 하지만 매리스는 이 해에 단 1개의 고의4구도 없었다. 다음 타자 미키 맨틀 때문이었다. 투수들은 다음 타석에 맨틀이 버티고 있어 매리스와 정면승부를 했다. 맨틀은 1961년 54개의 홈런을 때렸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은 이치로와 정면승부를 택했다.

LA | 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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