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개장된 서울광장에서 이런 스포츠 행사가 열린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비롯된 광장은 문화와 소통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광장은 그 수가 급속하게 늘기는 했어도 과격한 정치 구호가 쏟아지고 첨예한 대립으로 맞부딪칠 때가 많았다. 그런 광장이 이날만큼은 갈등의 무대가 아닌 열정과 환호로 선수와 관중이 함께 호흡하는 열린 공간이 됐다.
모처럼 광장을 뜨겁게 달군 길거리 농구는 1900년대 초반 미국 워싱턴과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나이에 범죄의 유혹에 노출되기 쉬운 빈민가의 청소년들은 뒷골목에서 공을 튀기며 땀의 소중함과 동료애, 규칙의 중요성 등을 배웠다. 이들 가운데는 프로농구 스타로 대성한 경우도 적지 않다. 입시 전쟁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청소년들은 운동 한번 제대로 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공과 골대만 있으면 쉽게 즐길 수 있는 길거리 농구를 통해 잠시나마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광장과 길거리 농구의 이색 만남이었던 이번 농구 축제는 시원한 밤공기 속에 참가자들의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한 채 막을 내렸지만 그 여운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구독
구독
구독